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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꿈, 파리 #2

by 이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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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아침, 오늘도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에펠탑을 바라보며 시작하는 아침 공기는 상쾌했다. 오늘은 여러 대표작을 소유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전시 보는 걸 좋아하지만, 프랑스에 오니 매일 같이 관람하러 갔다. 어제 구매한 '파리 뮤지엄 패스'를 꽉 채워 사용하려면 부지런할 필요가 있었다.

IMG_0094.JPG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첫 번째로 본 작품은 네덜란드에서 다녀왔던 뮤지엄의 주인공 반 고흐의 작품이었다.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 한참을 작품 앞에 서 있었다. 실제로 빛이 반사되는 듯했다. 하늘이 반짝이고, 물이 반짝였다. 그림 전공을 한 친언니에게 사진을 보내자 "너무 멋있다. 진짜 좋은 경험이야."라고 답장이 왔다. 언니의 말을 듣고 이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IMG_0103.JPG 오르세 미술관 시계탑

다른 작품을 보러 가는 길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유명한 시계탑을 발견했다. 뒷 배경은 파리 시내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길래 나와 주디언니도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역광이라 얼굴은 안 나오지만, 커다란 시계탑 앞에서 사진 찍는 걸로 의미를 남겼다.

IMG_0162.JPG 오귀스트 로댕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작품도 봤다. 독창적인 조형미와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유명한 작품.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커다란 작품을 조각하지? 심지어 진짜 사람처럼 섬세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면적인 작품을 보다가 입체적인 작품을 보니 눈이 더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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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을 구경하고 센 강을 걸었다.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해가 따뜻했고, 바람이 쌀쌀했다. 산책하는 사람, 러닝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그리고 사색에 잠긴 사람을 잔뜩 구경했다. 가는 길에 간단히 점심을 먹고 튈르리 정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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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를 중심으로 초록색 의자들이 놓여 있다. 해가 세서 사람들은 대부분 선글라스를 끼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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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원 중심부에 앉아 낮잠을 자면 조금 이상하게 쳐다볼 텐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랄까. 우리도 선글라스를 끼고 의자에 앉았다. 점심을 먹은 탓일까, 점점 잠이 쏟아졌다. 따뜻한 햇볕 아래 끝내주는 낮잠을 잤다. 모든 순간이 영화 같았다. '누군가 나를 영화 속에 잠시 가둬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30여 분 정도 잤을까. 기지개를 켜며 주디언니에게 "이제 다시 가볼까?"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갈 곳은 '오랑주리 미술관'이었다. 모네의 작품을 보러 가기 위해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IMG_0219.JPG 모네 <수련>

동그라미 모양 전시관에 모네의 <수련>이 길게 이어져 있다. 물론 유명한 작품이라 찾아온 것도 있지만, 실제 작품을 보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어와 영어로 된 작품 설명을 다 이해하진 못해도 눈과 마음에 담아 보았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생각보다 층수가 많았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 쉼을 택하고, 열정의 주디언니는 다른 층도 관람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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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당 충전을 하기 위해 카페 '카레트'에 왔다.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조금씩 부어 먹는 방식이었고, 달달한 디저트도 먹었다. 파리는 곳곳이 감성이 넘쳤다. 컵 하나, 그릇 하나도 성의 없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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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근처에 있는 카페라 사람이 많아 정신은 없었다. 여유를 즐기긴 어려웠지만, 그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는 것 또한 하나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코스는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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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에펠탑 감상이었다. 오늘은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보았다. 어제 오후와 오늘 아침, 그리고 오늘 저녁이 다 다른 모습이었다. 하늘의 색과 해의 위치에 따라 색이 바뀌는 에펠탑을 보면서 참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결 같이 자리를 지키면서 여러 가지 색을 내는 사람 말이다. 한결 같이 글을 쓰면서 다양한 감정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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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에펠탑에서 겨우 헤어 나온 우리는 숙소 사장님이 운영하는 한식집을 방문했다. 메시지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숙소에 온 게 너무 신기해요. 근처에 오거나 한식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와요."라고 다정히 우리를 챙겨주었다. 신기하게도 가게 안에는 프랑스인들이 많았다. 우리는 수줍게 인사를 건넨 후 주문했다. 된장찌개와 오징어제육볶음.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사장님에게 "맛있어요. 정말 감사해요."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렇게 속을 든든히 채운 우리는 파리에 금세 적응한 듯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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