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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by 이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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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쁘띠 프랑스'라고 불리는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이름대로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마을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와 주디언니는 마을 곳곳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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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로 유명한 마을이라 그런지 크리스마스 기념품 가게가 많았다. 안에는 앙증맞은 그릇과 소품, 초콜릿 같은 선물하기 좋은 간식들이 있었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우리는 눈빛이 반짝였다. 구경만 하기 너무 아쉬운 마음이었다. 한 달 여행만 아니었더라면 한가득 구매했을 텐데 말이다. 유리는 깨지니까, 트리에 달 수 있는 오너먼트를 하나 구매해서 길을 나섰다. 하나만 샀을 뿐인데 가방이 든든해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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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마을처럼 우리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레스토랑 야외 좌석에서 점심을 먹었다.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데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이 너무 부셔서 우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밥을 먹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행동을 하니까 재밌기도 하고, 황당해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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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 번 먹어본 뇨끼와 피자를 시켰다. 영국에서의 음식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일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배를 넉넉히 채우고 잠시 앉아 쉬었다. 주변을 살펴보며 우리처럼 여행온 사람, 스트라스부르에 사는 사람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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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트라스부르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해도 아쉬울 것 없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보러 갔다. 1012년 첫 공사를 시작해 1439년에 완공된 유럽의 대표적인 역사적 건축물이라고 한다. 첫 공사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1200년이 넘은 건물이다. 보는 내내 감탄했다. 건물이 엄청 높고, 견고하고, 섬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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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성당 안을 구경했다. 천주교에 대해서는 할머니에게 종종 듣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니 기분이 새로웠다. 한없이 높은 성당 천장과 사람이 손수 그린 그림이 있는 창문을 보며 '어떻게 사람이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구에는 성수가 놓여 있고, 자리에 앉아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종교는 다르지만 마음이 같이 경건해졌다. 잠시 나 자신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 함께 여행하는 주디언니를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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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구경을 마치고 길을 나섰다. 길 초입부터 아름다운 연주가 들렸다. '가게에서 나오는 노래인가?' 싶었지만 실제로 연주하는 듯한 소리였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홀린 듯 앞에 서서 연주를 감상했다. 유럽에서는 버스킹을 보고 나면 조금이라고 성의를 표현하는 게 예의인 듯했다. 한 달 여행이라 엄청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마음을 나눌 정도는 되었기에 동전을 살포시 놓았다. 처음 해 본 일이라 괜히 쑥스러웠다. 연주하는 아저씨는 눈웃음을 지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음을 나누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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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식당을 가도, 숙소를 가도,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웃음 한 번,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크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나의 행동이 달라지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작지만 마음을 나누고, 친절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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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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