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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구 Oct 24. 2021

혼돈의 ESG 시대: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나? ①

ESG 표준들이 쏟아지지만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수많은 ESG 표준과 가이드 혼재는 최고경영진과 실무진 고민 가중
ESG 출발점, 성과의 ‘검토와 보고’ 아닌 새로운 ‘계획’에 초점 맞춰야
SB의 Brand Transformation RoadmapSM: ESG 경영계획 위한 효과적 평가체계


지난 글에서는 ‘ESG가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CSR)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경영체계와 전략, 성과와 커뮤니케이션 그 모두를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개념을 본 글에서는 ‘ESG 경영’이라 통칭한다. (단, ESG 경영이란 용어는 아직 국제사회에서 정의되거나 이해관계자에 의해 합의된 용어는 아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ESG 경영 도입과 추진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또는 ‘현재 지속가능경영체계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새로운 ESG 경영이란 흐름에 맞도록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일 것이다. (혹 본 저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인 ESG와 브랜드 마케팅의 통합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에 대해 이미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면 자사를 ESG 논의에서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부해도 무방하겠다.)


먼저 ESG 경영 도입과 기존 경영 접근의 개선을 고민하는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갖고 있는 근원적 질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갖고 있거나 실무자에게 유사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출처: Photo by Artem Maltsev on Unsplash

■ 기준점(Baseline) 글로벌 브랜드가 함께 활용하는 공통적 ESG 기준에서 평가하면 우리 회사와 브랜드의 절대적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벤치마크 국내외 ESG 경영 선도기업들의 수준과 비교한 우리의 수준은?

■ 목표/지향점 지속가능성 보고와 ESG 평가 대응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진정한 ESG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추가 개선이 필요한 영역, 우선순위와 최종 지향점은 무엇인가?

■ 커뮤니케이션 전사적 ESG 추진을 위한 CSR/지속가능경영, 환경안전, 브랜드, 마케팅, 제품 서비스 개발, HR, 컴플라이언스, 재무 등 관련 부서의 상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가?

■ 내재화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하는 우리 회사의 목적이 브랜드 가치, 제품·서비스 혁신과 새로운 시장 창출의 동력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은 모든 관련 부서의 일상 업무 의사결정에 활용되고 있는가?

■ 베스트 프랙티스 글로벌 브랜드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례와 이니셔티브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고 또 우리에게 맞게 도입해야 하나? 글로벌 브랜드의 우수사례를 우리 회사에 도입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역량이 필요한가?

■ 최신 정보 브랜드 목적(Purpose), 넷 제로(Net Zero),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되살림(Regenerative) 등의 낯선 용어와 콘텍스트 민감성(Context-Sensitive), 과학 기반(Science Based) 목표 및 전과정 사고(Lifecycle Thinking) 접근 등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 관련 새로운 논의들이 너무 많다. 이런 최신 논의를 우리 회사는 제대로 이해하고 또 적용하고 있는가, 혹 이런 논의가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진 않은가?

■ 공통 관리지표 지속적 시스템의 개선, 성과 측정을 위해 글로벌 브랜드들과 함께 공유하고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는 관리지표는 없나?


이렇듯 수많은 ESG 경영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문과 질의에 답을 찾는 데 있어서 아마도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 접근 방법은 ESG 경영 추진에 참조할 수 있는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표준, 지침과 권고사항들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ESG 경영에 대해서는 합의된 접근방법은 고사하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관련 전문용어들을 정리해 주는 공통의 용어 정의조차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래 Center for Sustainable Organizations에서 최근 정리한 ESG 경영체계와 보고 표준 및 가이드의 리스트만 보더라도 그 수가 20개를 훌쩍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도표에 관련 표준과 가이드를 전부라고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지침을 제공하는 ISO 26000이나 지속가능성/ESG 보고서 검증 원칙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AA1000 AS와 APS 등 검증 표준과 원칙들도 여기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이렇게 나열된 표준들이 ESG를 도입하고 추진하는 어떤 단계, 어떤 주제에 대해서 적용되는지는 각 표준과 가이드의 세부적 내용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전에는 파악조차 쉽지 않다.

출처: www.sustainableorganizations.org


다양한 ESG 표준을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볼 수 있는데, 직관적이고 또 우리에게 이미 친밀한 경영시스템의 계획(Plan), 실행(Do), 검토/보고(Check/Report) 및 개선(Act)이라는 4단계 구분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계획(Plan)은 ESG 경영의 추진과 개선에 앞서 우리 회사 목적, 시스템과 성과를 평가하고 관련 방침, 전략과 목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재정립하는 단계이며,
실행(Do)은 계획에서 수립된 목적과 전략 달성을 위한 프로젝트와 이니셔티브의 실제 추진하는 단계이다. 사업 운영과 공급망 관리, 마케팅과 연구개발, 혁신 등 전사 활동에서 중요 환경, 사회적 성과와 영향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활동들이 여기에 속한다.
검토/보고(Check/Report)는 도출된 리스크와 기회 관리의 성과를 수집, 검토, 평가, 검증, 보고 및 커뮤니케이션하는 단계이다. 보고서 작성과 검증, 마케팅, PR을 통해 투자자를 포함한 관련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회사의 성과를 커뮤니케이션하는 활동 모두가 이 단계에 속한다.
마지막 개선(Act)은 회사가 이룬 성과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영향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피드백을 수렴하는 단계이다. 이는 다시 차기 계획(Plan) 단계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다음 PDCA 사이클에서 목적, 방침, 전략, 목표와 거버넌스의 지속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보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본 글에서 정의한 상기 분류를 적용하면 최근 ESG에 대해 논의할 때 언급되는 대표적 표준과 프레임워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CDSB(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등은 모두 성과의 ‘검토와 보고 (Check/Act)’ 단계에 적용되는 표준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거의 모든 기업들이 망설임 없이 ESG 경영 도입과 개선을 위해 펼쳐 드는 이들 표준과 지침들이 대부분 ESG 경영의 시작과 준비에 필요한 솔루션이 아닌 이미 실행된 성과를 수집, 검토, 보고하는 표준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해당 요구사항을 ESG 계획의 주요 Input으로 활용할 수 있고 또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칫 이들 검토와 보고 지침에 너무 매몰되면 기존 시스템과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개선의 노력은 실종된다. 단순히 현재 성과를 모으고 이들 표준과 지침의 요구사항들에 기존 정보를 끼어 맞추는데 급급해지는 것이다. 계획에 활용하려고 해도 애초에 검토와 보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요구사항들이기에 이는 자명한 결과다.


ESG 관련 표준과 지침들이 끝없이 업데이트되고 쏟아지는 이 혼돈의 상황은 지난 시절과 같은 실수를 무한 반복하게 만든다.
출처: Photo by Sebastian Herrmann on Unsplash

실무진들은 성과 취합에, 보고서 작성에, 형식적 검증과 각종 평가 대응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수개월 동안 노력으로 남은 건 세상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가장 적은 독자가 읽게 되는 보고서 한 권. 왠지 핵심을 놓친 듯 못마땅해하는 경영진의 눈치만 살피다가 누가 상이라도 준다고 하면 그걸 성과라고 경영진에게 어필하려는 애잔한 모습, 왠지 서글픈데 익숙하지 않은가 말이다. 내로라하며 상 받은 기업 그리 많은데도 65%의 한국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단 한 곳도 지목하지 못하는, 과거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이도 보아온 우리의 웃픈 현실인 것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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