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고민을 다 짊어지는 당신이라면 꼭 추천
사랑하는 순간 중에 하나, 높이가 적절한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일. 토도도도독. 토도도도독. 회사에서 쓰는 키보드는 조용하지만 키감이 거칠거든요. 제가 쓰는 맥북 에어는 키감이 정말 부드럽고 사랑스럽습니다. 각설하고, 향이 좋은 커피와 함께 있으면 어떤 것도 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차오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노트북을 켜면 늘 일 생각만 하는 거예요. 습관적으로 슬랙을 켜고, 아웃룩에 들어가서 새로운 메일을 확인하고. 휴일에도 이러고 있는 스스로를 느끼며 작심했습니다. 나에게는 지금 나만을 위한 작은 감옥이 필요하구나. 마치 면벽수행을 하듯이. 몇 년 전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파주 출판사에 다닐 때 9시까지 출근해야 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살았으니까 적어도 1시간 반 전에는 집에서 나서야 했는데요. 그때의 저는 꽤 광기 어린 사회초년생이었어서 8시까지 파주에 갔어요. 그러면 도로에 안개가 자욱했거든요. 그래도 저는 출판단지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배웠습니다. 시간을 알차게 썼습니다. 정말!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했는데도 그 돈은 투자비용이다 생각하고 시원하게 썼습니다^^ 퇴근하고서도 해야 할 일이 남으면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파주 커피빈에서 또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그때 저는 되게 열심히 살았더라고요.
그때 그 시간들의 힘인지는 모르지만, 가고 싶었던 회사에 이직을 했고 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틈틈이 즐거운 순간, 뿌듯했던 순간, 지쳤던 순간들도 있었죠. 그렇게 스스로가 조금씩 고갈되어 왔고, 저는 다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를 위해 내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아침 시간을 만들어주자. 솔직히 말하자면 밤에 조금 더 생산성이 높아지는 편이긴 한데 주중에는 밥 먹고 씻고 잠들기 바빠서 안 되겠더라고요. 다시 1시간 일찍 나서서 동네 카페에서 아이패드를 펼쳤습니다. 굿노트 앱을 켜고 딱 1시간씩 마음에서 나오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모닝 페이지를 검색해 보면 몇 가지 규칙이 있더라고요. A4 3페이지로 분량을 정하고, 한번 쓴 글은 바로 다시 읽어보지 않고...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습니다. 분량은 제가 쓰고 싶은 대로(그림으로 먼저 떠오를 때도 있어서 그러면 5~6장은 그냥 넘더라고요?) 어제 쓴 글을 다시 보면서 혼자 킥킥 대기도 합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모닝 페이지를 해보니 정말 개운하더라고요. 사우나에서 뜨끈한 욕탕에 있다가 나서면 바깥공기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후련하고 시원한!
아침에 온갖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그게 뒤섞여서 막연한 우울함이 있는데 그걸 글로 쓰다 보면 우선 이 생각들에게 육신을 만들어주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보게 되더라고요. 아 내가 지금 이런 일 때문에 무섭구나, 불쾌했구나, 걱정되었구나. 그리고는 그다음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뭐 물론 모든 일들에 긍정적이지만은 않고요. 진짜 짜증난다..저 인간 사라지면 좋겠다 류의 저주도 퍼붓습니다. 그래도 대체로는 긍정으로 나아가더라고요. 이건 그냥 이렇게 해결하자, 이건 안된다고 말하자. 그러고 나면 실제로 정말 어려운 고민은 1개쯤 남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태생이 햇살캐는 아니고 슬픔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잠깐만 의식하지 않으면 금세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모닝페이지는 저처럼 부정의 안테나가 더 발전한 분들께 꼭 추천합니다. 이거 이거 몸을 만들어주면 금세 무찌를 수 있더라니까요.
덧) 한 달 정도 회사에 일이 몰아닥쳤고, 그래서 연재를 이어가기 힘들었습니다. 워라밸 붕괴가 현실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11월인 만큼 어떻게든 1시간씩을 확보해서 찾아올게요. 다음 주 일요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