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주의력이 낮은 아이
학습의 태도가 훌륭한 10살의 친구였다. 단발머리가 단정했고 큰 눈을 언제나 깜빡이며 나를 보았다. 그리고 매 수업 팔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으며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선생님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요"
안타깝게도 단정한 단발머리의 귀여운 소녀는 학습의 태도만 훌륭한 10살의 친구였다.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요"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나에게 보여주는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저 선생님에게 평가받을 준비가 되었어요' 느낌으로 오버랩되면서부터 안쓰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 대화를 하다가 내가 연필을 들고 무언가 적기 시작하면 아이의 큰 눈은 한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로 아이와 대화 중에 연필을 들지 않았다. 나의 메모가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구나, 아이는 나에게 예쁨 받고 싶어 하는구나. 아이의 표정이 애잔했다.
아이는 첫 수업부터
*적극적인 태도와는 다르게 집중력이 좋지 못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데 대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했다.
*질문을 듣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똑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다르다.
위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질문을 쉽게 풀었고, 나중에는 3살 아이에게 질문을 하듯 다시 물었다.
사실 별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떠한 답이 사실인지는 파악이 필요했다.
수요일 3시 수업이었다.
오늘 학교에서 점심 맛있는 거 먹었어?라고 질문을 하였는데 "저 부산에서 왔어요"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왔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부산에서 하룻밤 자고 왔냐는 나의 질문엔 "오늘 급식은 짜장밥이 나왔어요"라고 했다.
표정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고 본인의 대답이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오늘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온 거야? 아니면 부산 여행 다녀왔다가 오늘 온 거야?"라고 물으니 "음~ 모르겠어요."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질문을 멈추었다. 사실 기반에 대한 질문을 어려워하는구나. 그렇다면 사실과 상관없는 대화를 이어가야겠다 판단했다.
정답이 없는 이야기들을 내가 주도하기 시작했다. 친구처럼.
"짜잔. 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내가 스티커 샀어. 내 스티커 어때?" 10살 여자 아이의 수다치곤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그리고 아이는 대답했다 "응"이라고.
'일반적인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주관적인 대화를 멈추었다. 이번엔 짧은 단어를 순서대로 기억하는 힘을 체크해 보았다.
"선생님이 말하는 걸 그대로 기억하고 다시 선생님에게 전달해 줘. 도레솔미파"
그리고 아이는 "도.. 레..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확신했다 청각적인 주의력이 낮은 아이라는 걸. 수업의 방향성이 잡혔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의 보호자에게 가볍게 언급하였다.
"오늘 아이가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피곤했을 것 같아요."
나의 말에 아이의 보호자가 답했다. "아이가 헷갈렸나 봐요. 수업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엄마이다. 나는 아이 보호자의 말을 이해한다. 그 속뜻을 안다.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아이에 대한 피드백. 상처였을 것이다.
나도 안다.
요즘 청각 주의력이 낮은 친구들이 꽤 많다.
듣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낮은 아이들은 말을 끝까지 듣는 힘이 약하고, 질문의 핵심을 잘 놓친다.
*문장을 짧게 말하되 아이의 눈을 보며 말한다
*글, 그림, 손짓을 함께 사용하여 아이에게 말을 전달한다.
*내 말을 이해했어? 내가 뭐라고 했는지 다시 이야기해 줄래?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듣고 기억할 수 있는 말하기 게임을 진행한다.
하지만, 아이가 소리에 대한 반응이 느리거나 말로 표현한 지시에 대한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