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갑골(scapula)은 팔뼈와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는 등 쪽의 뼈다. 삼각형 모양으로 리볼버의 총집처럼 생겼다. 이 뼈를 운동시키면 당연히 등 운동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이 뼈를 어떻게 운동시키는지 모를 것이다. 자, 따라 해 보자(트레이너 같군). 차렷 자세를 취해 봐라. 이때 손이 바지의 측면 봉제선보다 살짝 뒤에 있으면 견갑골을 더 잘 느끼고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자, 그 상태에서 으쓱해봐라. 응. 그 으쓱 말이다. 으쓱할 때 올라가는 건, 엄밀히 말하면 어깨가 아니라 견갑골이다. 그걸 몇 차례 하면 뭉쳐 있던 등 근육이 풀릴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의 수영 전문 아카데미의 동영상을 보다 보면 의외로 견갑골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실제로 그런가? 궁금해서 수영을 할 때 느껴봤다. 접영과 평영에선 확실히 견갑골이 중요했다. 그러나 자유형에선 잘 못 느꼈다. 최근에서야, 그러니까 새로 온 강사에게 자유형 폼을 교정받으면서 자유형에서 견갑골을 쓰는 법을, 팔만 제대로 움직여도 팔과 어깨뿐만 아니라 견갑골도 운동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견갑골을 움직여야 자유형이 쉬워진다는 걸 알았다.
마스터 A반과 B반 모두 2주에 걸쳐 강사에게 자유형을 교정받았다. 다들 달라졌을까? 당연히 아니다. 강사는 팔을 앞으로 약 15도 각도로 찔러넣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손과 팔이 거의 귀에 붙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팔을 앞으로 길게 뻗지 않으니 당연히 견갑골의 움직임이 동원되지 않는다. 견갑골이 동원되지 않은 마스터반의 아가씨와 중년 아줌마 회원들의 팔은 여전히 몸통에서 멀리 떨어져서 나와 머리 중심에서 벗어난 곳으로 들어간다.
귀에 붙어 들어가긴 위해선, 그렇다, 팔을 앞으로 찌를 때 으쓱해주는 느낌으로 견갑골을 앞으로 빼줘야 한다. 그 순간 몸통은 자연스럽게 물을 잡아당기고 있는 손 쪽을 향해 70~80도 정도 돈다. 그러면서 잡아당기고 있는 쪽의 어깨가 먼저 수면 위로 나오면서 팔의 가동 범위가 넓어진다. 물을 뒤로 보낸 팔이 다시 머리 앞으로 돌아올 때, 그때도 견갑골이 열일하면서 팔 전체를 부드럽게 머리 쪽으로 보낸다. 이 일을 어깨에만, 그러니까 어깨만 휙 돌리는 것만으로 해결하면, 당연히 어깨에 무리가 오고 부상이 생긴다. 수영이 이렇게 과학적이다.
이걸 혼자 연습할 때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서너 명뿐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강사와의 한 시간이 끝나면 바로 원래대로 돌아간다. 마치 우리가 그전에 뭘 배웠냐고 묻는 느낌이다. 앞서 말했듯이 팔은 옆에서 나오고 머리는 들리고 다리는 가위 벌리듯 큼직하게 차버린다. 그야말로 Crawl 자세가 되어버린다. 엉금엉금, 벌레가 땅을 기어가는 자세가 되어버린다. 강사가 우리에게 원했던 건 청새치나 돛새치 같은 유선형의 자세로 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것이었다. 벌레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한 자유형이 아니라.
쓰던 사람, 쓸 줄 아는 사람이 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근육이 없는 사람은 근육을 느끼지 못한다. 수영 외에 다른 운동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은 자기 신체의 특정 부위를 움직이는 법, 훈련시키는 법, 단련시키는 법을 모른다. 강사가 여러 영법을 가르치면서, 엉덩이에 힘을 주고 골반을 앞으로 내밀고 등을 말아주고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앞으로 찌르고..... 여하간 몸의 여러 부위를 사용하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영법의 노하우를 알려줘도 실천할 수 없다.
자기 몸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쓸 줄 모른다. 그래서 필라테스나 요가가 건강에 좋은 것이다. 헬스를 안 해본 사람이 그 비싼 돈을 들여 PT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고 말이다. 40대 후반의 내 페친 한 분이 평생 처음 PT를 받고 있는데 강사가 엄지발가락을 이용한 동작을 시켰는데 마음대로 안 돼서 당황했다고 한다. 그렇게 써 본 적이 없으면 쓸 수 없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신체는 쓰지 않으면 쓸 줄 모른다.
이상한 약 광고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남자 생식기나 정력에 도움이 되는 약 광고가 자주 보인다. 야한 건 고사하고 거의 대부분은 스포츠 하이라이트만 보는 사람에게 왜 이런 광고가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런 게 필요한 나이라고 판단하는 건가?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약 광고의 소위 타깃 소비자가 내 또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여성 모델이 나와서 “오빠에게 이걸 먹였더니 몇 개월 만에 아래가 딱딱해졌어요.”, “진짜 꽉 찬 느낌이 처음 들었어요.”, “한 번만 해도 힘들어하던 오빠가 세 번, 네 번도 해요.”하고 자랑한다.
연인 사이에 그렇게 섹스가 중요하고, 그래서 남자의 부실함을 참을 수 없었으면, 비싼 약을 몇 달 먹이기 전에 헤어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은 잠시 넣어두자. 젊은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 같은 아저씨에게 필요한 거 아닌가? 그렇다면 아줌마가 나와서 “이 약이 다 죽어가던 우리 남편을 살렸어요.”, “이제 한물갔다 싶은 남자도 다시 쓸 만하게 만들어주더라고.”라고 말하는 것이 약의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또 다른 근본적인 의문도 넣어두자.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이 있으니 말이다.
애초에 젊고, 현재 애인이 있는 남자에겐 저런 약이 필요 없다. 남자의 성기는 견갑골처럼 꾸준히 쓰던 놈이 잘 쓰고, 쓸 줄 아는 놈이 잘 쓰는 근육이다. 그것은 몸의 혈류량과 속도에 좌우되고, 그 양과 속도는 뇌의 자극에 좌우되기 때문에 자극을 받을 줄 알고, 그 자극을 에너지 삼아 피와 혈관을 재빠르게 일하게 하며, 그렇게 일하고 있는 혈관의 에너지를 응축시켜 유지시킬 줄 아는 놈이 계속 그렇게 쓰게 되는 부위이다. 그것은 그런 것이다.
견갑골과 그 부위의 동질성
이 부위는 그러니까, 안 쓰던 사람에겐 견갑골보다 더 제대로 쓰기 힘든 부위다. 견갑골을 안 쓰던 사람에게 백날 얘기해 봐야 제대로 쓸 수 없듯이 안 쓰던 사람, 그야말로 그 부위의 쓸모가 비뇨기에 한정되어 있는 사람에겐 그 용도의 최대한도의 사용은 고사하고 용도 전환도 쉽지 않은 부위다.
그러니 저 약을 제대로 광고하려면 당연히 중년 부부나... 아니면 이제 처음 그날을 대비하는 남자에게 광고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모태 솔로의 인생을 끝내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하.. 조만간 그날이 올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약을 구매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효과가 느껴집니다. 자위를 해보니까...”,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약보다 중요한 건 사용이다. 약보다 중요한 건 그 기능에 도움 되는 운동을 하는 것이고. 견갑골처럼 말이다. 견갑골의 가동범위를 넓혀주고 등의 살을 빼기 위해선 으쓱하는 동작과 함께 팔을 귀에 붙여 높이 드는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그러면 견갑골의 인식과 사용법을 알게 된다. 당연히 등에 붙은 살도 좀 줄고.
견갑골을 사용할 줄 알면 가슴을 펴거나 어깨를 피는 것도 쉽게 된다. 양 견갑골 사이에 작은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견갑골을 모아 그것을 잡는다고 상상하며 모아주면 어깨도, 가슴도 쉽게 펴진다.
운동만이 살길이다.
남자의 그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걸 직접 운동시키는 방법은 없다. 최소한 내가 아는 한 그렇다. 뭐, <옥보단> 같은 이상한 영화에는 그런 방법들이 나왔던 것도 같은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가끔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운동을 하거나 앞에 있는 황령산에 오르다 보면 나보다 어린 사람을 보기 힘들다. 중년의 남자, 노인들이 묵묵히 산을 오르고 운동 기구로 진지하게 운동한다. 경험자는 아는 것이다. 결국엔 유산소 운동과 온몸의 잔근육을 단련하는 것만이 침대에서 살 길이라는 것을.
또 하나의 길은, 그렇다, 열심히 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쓰는 만큼 단련되고 훈련된다. 뇌의 신호와 몸의 반응이 자동화된다. 애석하지만, 그래서, 경험이 없는 남자는 전자의 방법 밖에 없다. 묵묵히 달리기를 하고 줄넘기를 하고 산을 오르면서 온몸의 혈관과 근육을 튼튼히 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올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그날이 언제 오냐고? 언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 연애는 각자의 몫이다. 그럼... 이런 고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냐고? 그게 남자의 인생이다. 5분 대기조의 인생. 아내나 애인이 언제 불러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존재... 그게 남자의 인생이다. 아~ 이번 주말엔 산에 사람이 좀 많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