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야한 농담들 33
텍사스에 갔을 때 고속도로 주변의 스타벅스를 갔었다. 그런데 화장실에 남녀가 구분되지 않은 채 두 화장실 모두 남자/여자 표시가 똑같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성중립적 화장실... 그래서 보수적인 텍사스에선 스타벅스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비기독교적인 기업이라고 무지하게 비난한다고 한다. 그런데 화장실로 굳이 그렇게 난리 치지 않아도 미국 전역은 성적인 다양성이 공존한다. 또 이성애라 할지라도 취향의 다양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종도 다양하고 체형도 다양하다.
어떤 여자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검은 옷을 입은 채 카페에서 줄담배를 피지만 어떤 여자는 요가 복장을 하고 유유히 라떼를 들고 걸어간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연인들을 보면 끼리끼리 만났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금발의 모델만을 만나는 것처럼, 모두들 나름의 취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취향이란 게, 그러니까, 알고 보면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같이 온 국민이 롱 패딩을 입기로 대동단결하는 나라에서는 절대로 취향이라는 게 성립되지 않는다. 소위 요즘 애들 말로 개/취, 즉 개인 취향이란 건 일단 스테레오 타입화 되어 있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는 건 여자들이 다 모델 같아 보인다는 점. 화장이나 옷차림이 퇴근 후에 다들 파티 가는 것 같다는 것. 이게 얼핏 들으면 칭찬 같지만 사실은 한 나라가 여자들에게 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강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항공사처럼 좌석과 좌석 사이를 오가기도 힘들어 보이는 엉덩이가 큰 스튜어디스를 우린 만날 수 없다. 내일모레 환갑이 될 것 같은 노련한 스튜어디스를 만나는 것도 힘들다. 우리 개인의 이상형이란 것이 결국 사회가 정해 놓은 이상형의 테두리 안에서 맴도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모두 다 비슷한 체형-이쁜 체형이라는 샘플이 존재한다.-을 하고... 모두 다 비슷한 화장법-친절하게 미디어에서 가르쳐준다.-을 하고... 모두 다 비슷한 헤어-이것 또한 가르쳐 준다.-를 한다. 그래서 내 여친이나 내 친구의 여친이나 사실은 거기서 거기...남친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결국 우린 개별화된 누군가를 사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양산품화 된 인간을 사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기가 엉덩이가 정말 큰-한국의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여자를 좋아하는 본능이 있는데도 한국에 사는 동안은 절대로 그 취향을 스스로 알지 못한 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학연수라도 가야 "아. 내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구나."하고 무릎을 치며 뜬금없이 귀국길에 러시아 여자 친구나 미국 여자친구를 데리고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결국 개인의 취향의 발견의 폭을 넓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그 다름으로 인해 개개인 모두가 개별적으로 장점이 있고 다 맞는 짝을 만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내 사이즈가 M 사이즈고, 아내의 사이즈는 S인 것이다. 뚱뚱하다고 해서 간호조무사를 못하는 일도 없고, 늙고 주름이 많아졌다고 해서 스튜어디스를 그만두는 일도 없다. 다 개별적으로 장점이 있고 그 나름의 역량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면서 모두가 원하는 몸매와 얼굴을 가진 이상형을 찾느라 방황 중인 청춘남녀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처남도 그런 사람의 하나로 아직도 얼굴을 보고 몸매를 본다. 그게 한국의 기준이니까. 그러나 미국에서 소위 Curvy라고 하는 여자들을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마흔이 다 돼서야 "아!!! 내가 이런 여자를 좋아했었구나."하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여자도 마찬가지.... 외국에 나가면 다들 날씬하다고 감탄한다고 하지 않나? 굳이 나라의 편협한 기준에 맞추느라 고생할 필요 없다. 이 나라에서 안 통하면 다른 나라 가서 찾으면 된다.
그러니... 안 그래도 저출산에 결혼을 포기하는 나라에서 다양성마저 막아 놓으면 더 연애와 결혼이 힘들어진다.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인정받을 필요 없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재미있게 살면 그만인 것이다. 일관되게 이십 대 이후부터 라틴계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던 내가... 실제로 그 여자들을 텍사스에서 보고 내가 옳았음을 확인해서 하는 얘기다. 2017. 11. 22.
동료 감독이 와서 낮술을 했다. 연경에서만 파는 호계면에 수제 군만두, 그리고 고량주를 시켰다. 고량주가 모자라 이과두주를 또 시켰다. 자리에서 일어날 땐 이미 반쯤 깼고 탐앤탐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땐 이미 독주가 날아간 뒤였다.
늘 그랬듯이 일 얘기-진행되고 있는 다큐멘터리-로 시작해서 야한 얘기로 발전했다. 이쯤 되면 이것도 재주다. 야동 얘기를 하다가 감독이 서양이 좋은지 동양이 좋은지 물었다. 난 인종은 상관없는데 나름 취향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자기 취향을 얘기했다. "난 하와이안 스타일이 좋더라."부연 설명이 없어도 알아 들었다.
인종이 됐든, 상황이 됐든 스위치에 불 들어오게 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일전에 허지웅이 말했듯이 말이다. 남친이 스타킹을 찢어야지만 흥분하는데 어쩌면 좋겠냐는 여친의 하소연이었다. 그러자 허지웅 왈, "뭐에 흥분하는 줄 아니 얼마나 다행이냐. 그냥 스타킹만 신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
그렇다. 그걸 몰라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결국 별 희한한 짓까지 해보는 사람 많다. 하나로 부족해서 두 명, 세명... 결국 법망을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또 이런저런 생각에 결국 발기부전에 걸리는 사람도 많고. 나 또한 내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알고 있다. 또 더 불을 확 댕길 방법도 알고 있다. 또 이러이러하면 불이 아주 온몸을 덮어 불 사지를 것 같다는 환상에 대한 확신도 있다. 그걸 아니 다행이다. 방황할 필요도 없고... 그냥 "그거 돼?"라고 물어보면 되니까. 물론 켜질지... 불이 번질 휘발유가 아직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러다 좋은 여자 얘기가 나왔다. "딴 건 모르겠고... 침대에서 좋은 여자라면.... 정신 줄 놓게 하는 여자가 좋은 여자지. 내가 거기까지 갈 줄 몰랐는데 가게 하는 여자. 그야말로 같이 막장까지 갈 수 있는 여자."
막장까지, 갈 데까지 갈 힘도 없는 두 남자가 점심 나절의 중국집에서... 내년의 다큐멘터리 기획은 잠깐 얘기하고, 이렇게 허튼소리, 야한 얘기 잔뜩 하고...... 둘 만의 송년회를 끝냈다. 2017. 12. 20.
아침, 저녁으로 아내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몸을 보면 참 몰캉한 느낌이다. 그러다 어젯밤에 누워서 난 "마시멜로" 같은 몸을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갈비뼈가 보이는 여자랑 사귀어 본 적이 없다. 오가다가 마른 여자랑 어쩌다 자게 된 적은 두어 번 있어도 사귄 적은 없다.
난 마시멜로를 핫 초코를 먹으면서 알게 됐는데, 이게 희한하다. 마시멜로가 없을 때도 그걸 먹었지만 이게 있는 걸 먹은 이상 없는 것은 맛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 만져보면 말랑말랑하지도, 그렇다고 물컹하지도 않다. 하얀 것이 내가 만지는 대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핫 초코에 넣으면 잠시 떠 있다가 부드럽게 사라진다.
평생 운동을 하며 살아서 그런지 여자만큼은 운동해서 몸이 탄탄한 여자보다 왠지 마시멜로 쪽이 끌린다. 그건 야동을 볼 때도 확고한 취향이었던 듯... 마르고.. 소위 슬랜더 몸매보다는 적당히 통통하고 여간해서는 갈비뼈가 보이지 않는 몸이 좋다. 첼로 같은 몸매라고 해야 할까? 슬랜더 몸매의 여자는 일렉트릭 기타 같다. 소리는 나지만 꼭 있어야 할 울림통이 없는 악기... 그래서 일렉트로닉 현악기는 그렇게 깡마른 소리를 내는지도 모르겠다.
마시멜로 같은 여자...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같은 여자에게 안기면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지는지 알 수도 없이 어깨부터 발끝까지의 근육이 풀어진다. 쇠를 만지며 다듬었던 몸은 그녀를 안자마자, 그녀에게 안기자마자 무장해제 당한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기를 입구에 맡겨놓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마시멜로를 맛보려면 모든 근육의 긴장은 입구에 놓고 오세요."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운동을 정말 좋아하거나 비만이 아니라면... 굳이 여자들은 돈 들여 가며 힘들여 요가니 필라테스니 헬스니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걷고, 스쿼트나 몇 번 하고, 애인이나 남편하고 열심히 놀아주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 거기에 주말에 같이 등산을 하든,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 물론 어디까지나 마시멜로우 같은 몸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니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주변 지인과 상의하시길. 그러니, 운동을 굳이 미지의 남자를 위해 할 필요는 없다. 다 취향이 있고 다르니.... 원하는 사람은 다 있다. 남자든 여자든 말이다.
요즘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건 내가 좋아하는 마시멜로가 들어간 핫초코를 마신 지 오래되어서인가? 아니면 마시멜로 같은 여자 품에 안겨 본 지 너~~ 무 오래돼서 인가? 흠...
2018.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