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섹스가 끝난 후,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파트너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뻗으며 다가가는 내가 들은 말이다. “아니, 대부분의 남자들이 중학생 같지.”, 쿨하게 인정한 뒤 세 번째를 시작했다.
남자들은 중학생 같다. 돌이켜 보면 중학교 시절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섹스 생각만 하지 않았을까? 그 이후엔? 글쎄, 줄진 않았을 것이다. 줄었다기보다는 환상을 실현할 수 있는 애인이 생겼고, 덕분에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겠지. 또 그 덕분에 더 괜찮은 연인이 됐을 수도 있고, 침대에서 더 능숙하고 세련될 수는 있어도 섹스 생각을 하는 그 총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인류를 구원할 남자들
아,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가끔 특이한 남자도 있다. 예를 들어 여자보다 수학을, 여자보다 새나 인류의 평화를 더 많이 생각하는 남자도 있다. 신과 하나 되길 바라고 이웃을 위해 인생을 바치겠다고 하는 남자도 있다. 그런 남자들이 우주선을 달에 보내고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한다. 인류의 진보와 평화에 이바지하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남자의 죽음
누군가 농담처럼 그랬던가. 남자들이 여자 생각하는 시간을 좀 줄이면 더 많은 걸 이룰 것이라고. 그러나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말했다. "여자에게 관심 없다면 이미 죽은 거."라고. 그러니 이 세계를 좀비 월드로 만들지 않고 생명력 있게 유지시키는 건 중학생의 마음을 유지하고 사는 남자와 그 중학생의 마음과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는 남자를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 “주는” 여자 아닐까?
다루기 쉬운 사내
생각해 보면, 중학생 같은 성적 호기심과 그런 에너지를 유지하며 사는 남자는 다루기 쉽다. 단순하지 않겠나? 가끔 맛있는 거 사주고, 가끔 가슴 좀 보여주고, 엉덩이 팡팡 두드려주면서 잘한다 칭찬해 주고, 승진하고 돈 많이 벌어오면 더 자주 가슴 보여주겠다고 하고... 그러면 남자들은 기꺼이 강아지처럼 말을 잘 듣지 않을까? 뭐, 사실이 그렇고. 아 물론, 앞서 말한 고상한 남자들, 우주의 게시를 받들며 사는 남자들, 인류의 난제와 지구의 미스터리를 운명처럼 받아 든 남자들에겐 그런 방법이 안 통한다. 참고해라.
열정과 에너지의 착각
그럼, 이런 중학생 같은 남자들은 언제 이 사회에 보탬이 되고 나라에 이바지하냐고? 그거야 마음만은 여전히 중학생 같은데 그런 에너지는 없어질 때지. 그러니까 열정은 그대로인데 연애할 육체적 여력은 안 되는 그런 때가 온 뒤, 그제야 공자왈, 맹자왈 공부하고 나처럼 이해 안 가는 철학책 좀 들여다보고, 뭐 봉사도 하고 좀 욕심 많은 사람은 정치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종종 그 식지 않는 열정을 에너지로 착각해서 그 에너지도 없는 영감탱이들이 젊은 처자들을 희롱하곤 하는데 그거야말로 철없는 중학생 같은 짓. 중학생 같은 열정으로 중학생 같은 에너지를 맘껏 쏟은 뒤 중년을 맞는 사람이라면 저런 철없는 짓은 안 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모든 것엔 총량이 있고, 그 총량을 소비할 적절할 때가 있으니.
어찌 됐든, 아직은 중학생 같은가 보다. 몸도 마음도. 당분간, 한몇 년간 그렇게 철 없이 그녀의 가슴이나 보여 달라고 조르고 잘한다고 칭찬받으면 으쓱하고... 뭐, 그런 남자 구실을 할 수 있으려나? 뭐, 몇 년 안 남았는지도. 그렇게 그 시기를 졸업하면... 좀 더 괜찮은 글쟁이가 될 수 있을지도.
2023. 0123
절제는 개뿔
친한 후배가 아는 자기 교회 장로님께 침을 맞으러 간다고 했다. 중국에서 침을 배워 온 용한 장로님이라고... 중국, 용한, 장로님, 침... 이런 단어들이 뭔가 겉도는 느낌이었지만 뭐...
침을 맞고 와서 카톡을 하는데 장로님이 이런 얘길 했단다.
"사람들의 정력이며 정액이 다 총량이 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젊을 때 너무 문란하게 살아서 나이 들어서 그게 잘 안 되는 거다. 젊을 때 절제하고 그래야 오래 한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뭔 소리야. 우리나라가 일본하고 세계 1,2위 다투는 안 좋은 거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살률이고, 하나가 섹스리스야. 그거 안 하기로는 세계 1,2위야."
참고로 자살률은 세계 순위에서 두 나라 다 10위권 밖이거나 그 언저리인데 OECD 국가 내로 한정하면 1,2위다. 어찌 됐든... 예전, 내가 십 대, 이십 대 시절 다녔던 교회에서도 저런 희한한 논리로 애들을 절제시켰다. 혼전 순결을 무장시키기 위해 갖은 수사가 동원됐고. 그럼 뭐 하나... 나랑 섹스를 했던 여자들 대다수는 교회에서 만났거나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신동엽은 맞고 장로님은 틀렸다.
어제 신동엽이 미래의 불안 때문에 28살의 예쁜 마누라를 멀리하는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좋아. 열심히 일해서 자리 잡은 뒤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다음에 스킨십 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때 (아래를 내려다보며) '어, 애가 왜 말을 안 듣지?' 이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이 말이 핵심이다. 사실 잔고가 텅텅 빌만큼 섹스를 하고 사는 남녀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하고 산다고 해도 정액이 없어서 섹스를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너무 안 해서 못하게 되는 경우는 있어도.
늘 하는 얘기지만 근육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힘을 내자고 해서 튼튼해지고 힘을 내는 게 아니다. 발기란 게 혈관과 근육, 그리고 뇌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서 생기는 건데... 안 해 버릇하면 그 박자가 어긋나게 되어 있다. 백날 헬스장에서 무거운 거 들어봐야 그거 단련하고 상관없다. 그곳은 실전에 의해 단련된다. 안 쓰면 퇴화되는 거... 그게 다윈 이래로 생물학의 진리다. 그러니... 신동엽은 맞고... 장로님은 틀린 것이다.
어제... 아주 오래전 한 교회를 다녔던, 내가 대학 때 학생부 교사를 할 때 코흘리개한테서 메일이 왔다. 석사를 끝내고 박사를 갈까, 대안학교 선생을 계속할까 고민이다 이런 내용의 상담이었다. 난 이런저런 조언 아닌 신바람 응원을 한마디 해주고 추신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