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사람들과 연애를 했다. 특이한 취향이나 버릇이 있는 사람도 없었고 개성이 강한 사람도 없었다. 그 흔한 문신이나 흉터 있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마르고 차가운 사람을 좋아해 줬고 나 또한 나와 다른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과 연애를 했다.
그러니, 사실 잠자리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은 없다. 다른 인종과의 경험도 없고 동성과의 경험도 없으며 고상한 말로 표현하자면 다자간 연애의 경험도 없다. 아주 평범한 이성애자로, 내 또래의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진도를 나가다 그렇게 침대까지 진출하는 프로세스를 밟았다.
전완근의 매력
그래도 침대 위에서 들은 말 중 가장 “창의적인” 말을 꼽으라면 “접영처럼 들어와 줘”였다. 그렇게 해줬다.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보람을 느낀 순간 중 한 장면이다. 운동한 보람을 느낀 장면 중 하나를 더 꼽으라면 전완근에 대한 칭찬이 있다. 솔직히 난 그 칭찬을 듣기 전까지 전완근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다.
젊은 시절, 애인이 내 팔을 보다가 무심히 말했다. “당신은 전완근이 참 멋있어.”라고. 시선이 내 팔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으니 당연히 그 근육이 팔에 붙은 것이라는건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몰라서, 물었다. “전완근?”, “응. 팔목에서 팔꿈치 사이,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면 보이는 부분.”
다시 접영으로. 동호인 수준에서, 접영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빅웨이브 접영, 다른 하나는 물수제비와 같은 접영. 그냥 내가 이름 붙인 거다. 모든 영법의 목적은 같다. 물에서의 이동이 낯선 인간을 어떻게 하든지 앞으로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자유형과 배영은 원리가 비슷하지만 평영과 접영은 앞의 두 영법과, 그리고 서로 간 다르다.
결국 강사들이 접영을 가르칠 때,우선 물을 타는 법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부드럽게 큰 S자를 그리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먼저 가르치고, 그 뒤엔 물 위에서 그 S의 크기를 줄여 돌고래처럼 몸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래서 초보와 중급자의 접영은 수면으로 깊이 들어갔다가 위로 풀쩍 튀어나온다.
그러나 마스터 반 정도 되면 그냥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들어가는 깊이는 얕아지고 시간도 짧아진다. 마치 물수제비처럼 말이다. S자를 그리기보다는 마이클 잭슨의 춤처럼 골반을 이용해 물을 재빨리 눌러주면서 상체를 살짝 물 밖으로 내민 뒤 머리가 들어가는 동시에 가슴을 쭈욱 내밀어 다시 물을 꾹 눌러주며 들어간다. 그녀의 접영처럼 들어오라는 말은 바로 이 기술을 활용하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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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 대해 할 얘기는 많다만...오늘은 여기까지.
어찌됐든 중요한 건 운동의 목적과 수혜자 아닐까? 그리고 정말 해야 될 운동을 하는 것이고...
2023.0108
정력에 좋은 운동
미안하지만 낚였다. 그런 거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력에 가장 좋은 운동은 섹스다. 카톡 뉴스를 보다가 정력에 좋은 운동이라는 게 나왔다. 애인한테 물었다.
"정력에 가장 좋은 운동이 뭔지 알아?"
"스쿼트?"
"아냐. 섹스를 많이 하는 거야. 아무리 운동 많이 한 사람도 섹스를 많이 하는 사람은 못 당해."
한 십오 년쯤 전에 스포츠클라이밍을 열심히 한 적이 있다. 그때 코치들이 한 말이 있다. 헬스 트레이너나 헬스를 오래 한 헐크 같은 사람이 와도 이 벽엔 십 분 이상 못 매달린다고. 왜냐? 쓰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자인 선수의 근육의 생김새는 헬스로는 만들 수 없다. 김자인처럼 되고 싶다면 스포츠클라이밍을 해야 된다. 조여정처럼 되고 싶다면 발레를 해야 하고.
섹스를 하면 여자든 남자든 피곤함을 느낀다. 나른하고. 섹스리스 커플이 일 년 중 어쩌다 두어 번 섹스를 하면 몸살이 난다. 그게 뭐 복잡한 호르몬의 영향 때문도 있지만 평소에 전혀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렇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섹스를 해야만, 그때서야 움직이는 근육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처음 헬스장을 갔다 온 사람처럼 몸이 노곤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애석하지만 지금 당장 할 사람이 없다면 백가지 운동이 무효다. 물론 꾸준히 섹스를 하는 사람에게 소위 정력에 좋은 운동이란 게 도움이 된다. 달라지는 걸 느끼니 꾸준히 하게 되고. 그러나 할 사람이 없는 여자나 남자에겐 그저 "운동"에 불과하다.
먼 훗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스쿼트를 한다고? 다시 말하지만 섹스는 경험이다. 뇌로 하는 것이고. 뇌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엔 난감해한다. 허둥대고. 그러니 일단 스쿼트 보단 클럽이나 소개팅에 주력하는 것이 순서. 배우자가 있다면 개그우먼 김지혜처럼 예약제라도 해서 주기적으로 하던가.
세월을 막을 수 있는 운동은 없다. 청춘 짧다.
김지혜의 그런 깨달음이 결국 그녀를 박준형의 방으로 가게 했다지 않던가.
2018. 2. 11
Swim and Life
자유형 : 초보자 때는 가장 쉽게 느껴진다. 금방 배우니 만만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제대로 잘하기 쉽지 않은 것이 자유형, 살면 살 수록 어려운 인생과 비슷하다.
배영 - 앞으로 가는 데 꼭 남들처럼 갈 필요는 없다.
접영 - 들어가고 나오고... 인생이든 수영이든 리듬이 필요하다.
평영 - 조금씩 계속 고쳐나가서 결국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