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지각생들.
시를 뽑는다.
제발 짧은 시를 뽑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뽑는 그 모습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뽑은 시를 하루 종일 외우고
종례 후
암송하는 시간.
더듬더듬 외어나가는 시의 구절.
손짓까지 해가며
다음 구절을 떠올려가며
한 구절 한 구절 외우는 모습.
어쩜 이렇게도 사랑스러울까!
분명 이건 벌인데
시를 외우는 녀석을 바라보면
더 사랑스러워지니
이 벌.
아주 그냥
제대로다.
어려운 구비구비 넘어가며
간신히 시를 다 외우고 돌아서는 아이를 향해
"내일은 지각하지 말자!"
하고 씩 웃으면
순하디 순한 연둣빛 나뭇잎같은
여리고 싱그런 푸른 웃음 머금고
"네" 하고 돌아서 가는 모습은
그 모습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된다.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