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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햇살씨 Oct 20. 2021

제 이름 아세요?

수업시간, 열심히 아이들 이름을 외워 이름을 부르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자기 이름도 아냐고 물었다.



쌤! 제 이름은요?




응.
너는 OO이!




저는요?



너는 OO이!




이렇게 여럿의 이름을 말해주니, 아이들이 신났다. 

그 와중에, 한 녀석이 다른 녀석에게 물었다.




근데,
너는 쌤 이름 알아?




그러자, 방금 전 내가 자기 이름을 안다고 좋아했던 녀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
어..아....
어.............



'헉! 이럴수가!'



야! 뭐야!
쌤은 스무명도 넘는
너희들 이름 다 외웠는데,
너는 쌤 이름도 모르다니!
이게 말이 되니?




녀석은 애꿎은 뒤통수만 긁어댔다.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


밖이 시끌벅적해서 슬며시 내다보니, 우리 학년실의 여신(!) 사회 샘이 교무실쪽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남학생 대여섯명이 구걸하듯(?) 쫓아오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쌤! 
제 이름은 OO이에요!




쌤!!
저는 OO이에요!




쌤!
저는요!!
저는 OO이요!



아이들은, 구걸하듯 자신들의 이름을 알아봐 달라며, 사회샘에게 자기 이름을 소리치며 알려주면서 교무실 문앞까지 따라왔다. 사회샘은 무표정한(사실은 어색해서 그랬을) 얼굴로 교무실로 쑥~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마지막까지 문앞에서 사회샘을 불러댔던 녀석은...........내 이름도 몰랐던, 아까 고녀석이었다.


'아!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나도 이십대 땐, 수업 끝나면 반 앞에서 기다리는 다른반 남학생도 있었고, 다음에 커서 나와 결혼한다던 녀석들도 있었는데!


아!!!!!


옛날이여!!!!

그러나, 그시절은 추억일 뿐..........지금도......행복하다.............충분....히(?!!!!)



문득,

오늘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나누었던 '김춘수의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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