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온지 2주 정도 되었다. 목이 아픈 정도가 너무 심해져, 어제 이비인후과에 갔다.
후두염에, 성대 결절이란다.
성대결절은, 고음을 잘 소화해내는 가수들이나 걸리던 것이 아니었던가???
목을 쓰지 말란다.
목을 쓰는게 직업인데 어찌 안 쓰냐고 물으니, 그래도 안 써야 한단다. (ㅠ.ㅠ)
오늘 당장, 수업이 다섯시간에, 회의 한 시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아이들에게 할 말을 한글에 적어, TV 화면에 띄웠다.
이 창을 띄웠더니, 1반 아이들이 모두 화면을 보고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예쁘게 합창하듯 읽는다.
자기들끼리 다 읽더니, "네~~~" 하고 대답까지 한다.
아휴.........요 예쁜 녀석들.
다음시간, 다른 반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늘 아이들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가는데, 오늘은 말없이 들어가서 교탁 위에 노트북을 세팅하고 있으니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무슨 컨셉이지?
어색해~~
피식. 웃음이 난다.
말 안 하기 컨셉인가?
변성기인가?
이 나이에 변성기가 웬말이더냐. ㅋㅋㅋ
저희들끼리 왁자지껄 왈가왈부.
그러다가 평소에도 내게 자꾸 딴지를 거는(?) 녀석이 한마디 한다.
제가 쌤 말하게 만들고 말 거예요!
혼자 피식----웃으며, 목이 아프다는 문구를 띄우니 아이들이 모두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음 화면을 띄웠다.
이 화면을 보더니, 내게 말을 시키고야 말겠다는 녀석 왈,
목도 아프신데,
뭘 이렇게까지 수업을......
녀석의 말에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선, 하라는 대로 조용히 따라 한다.
TV화면을 못 보고,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야!
선생님 목 아프시잖아!
저기 화면 봐!
하면서 자기들끼리 챙긴다.
침묵으로 가르치기.
생각보다 괜찮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는 모르나, 아이들이 집중하고, 조용하다.
나는, 말 하지 않는 대신 아이들을 더 유심히 관찰한다.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온 녀석이 인사를 하기에,
응!
하고 대답하니,
쌤!
목 아프신데,
대답 안 하셔도 돼요!
라고 말하고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