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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햇살씨 Oct 20. 2021

땡땡땡과 지도부릉

1. 땡땡땡


서평쓰기 글감을 마련한 후, 아이들을 컴퓨터실로 데려가서 한글작업을 시켰다.


휴대폰과 컴퓨터에 친숙한 아이들이지만, 한글작업을 시키다보니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글씨체를 바꾸는 것이라든지, 크기 조정, 심지어 저장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순서대로 가르쳐가면서, 예시자료를 주면서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으로 쓰라고 했다.




제목부터 써내려가던 아이들이, 책이 어떤 출판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출판사를 확인하려면 교실에서 학습지 파일을 가져와야하는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아, 



출판사 이름을 모르면 
일단 '000(땡땡땡)'으로 표시해두고
다음시간에 기록하도록 하자!




이렇게 이야기 하고, 전체적인 설명을 마친 후, 아이들이 잘 쓰고 있는지 쭉...돌아보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써놓은 것을 보고, 혼자 빵! 터지고 말았다.




내가 생각했던 OOO이, '땡땡땡'으로 쓰여있는 것을 보니...


아, 내가 중1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거였음을 알게 되었다.







2. 부릉부릉(?!)


복도에서 위험하게 뛰거나 수업방해를 하는 등 생활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은 불러서 지도를 한 후에 반복되는 잘못을 하지않도록 교무실에 있는 지도일지에 직접 작성하게 한다.


여기에 3번 이름이 적히면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게 되는데.


며칠전 남학생들 다섯명이 복도에서 장난을 심하게 쳐서 혼내고 있으니, 옆반 담임 샘이 오셔서는 지도일지에 작성하도록 하자고 하셨다.


이녀석들!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데
응?


선생님이 일부러 더 화나신 척하며 아이들이 일지에 쓰도록 하는데,  두명이 쓰고 세번째 아이가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녀석!
얼른 안 써?




그러자 그 아이는 고개를 자꾸만 갸우뚱 하더니,


근데...


지도불응이라고 쓰는 거 맞아요?


그래!



지도 불응이라고 쓰라고 했잖아!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가 소심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불응이요?


심각하게 혼내며 쓰게 하는데 녀석이 불응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어리버리하나 싶어, 지도하시던 샘과 나는 아이가 쓰고 있는 지도 일지를 들여다보았다.





이것을 본 순간.


우리 둘은 아이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소리내지 않고 웃기 위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당당하게 '지도부릉' 써놓은 첫번째 아이


지도 부릉인지 부응인지 헷갈렸던 두번째 아이


부릉이라 썼다가 뭔가 아닌 것 같아 갸우뚱 했던 세번째 아이.


교무실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귀요미들.



3. 이메일 주소


오늘 서평쓰기 시간.


이름, 학년반번호,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쓰라고 했더니 한 녀석이 이렇게 써둔걸 보고 이게 뭔 소리인가 한참 들여다보고선 뒤늦게 빵터졌다.


박ㅇㅇ/ ㅇㅇ중학교 1학년 10반/ USB


이메일 주소 없는 친구들은 usb를 가져오랬더니, 서평에도 usb를 적어두는 센스(?)


늘 기대를 뛰어넘는


아이들의 


기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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