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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기는 중국 소주

또다시 격리

by 유니스K Mar 02. 2022

부동산에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집을 구할 때 중개해 주었던 부동산 사장님이 전화를 걸어 대뜸 사모님 최근에 어디 다녀오셨냔다. 아파트 단지 주민회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나는 아마도 황색으로 바뀐 수캉마 때문인가 싶어서 그건 다 해결을 했다며 (정확히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서는 주민회의 파워가 상당히 세다.) 주민회에도 다 이야기했고 녹색으로 바뀌도록 직원분이 직접 서류까지 작성해서 제출했고 나는 이제 녹색이다.라고 당당히 이야기를 하고 끊었다.


괜히 놀랐네~하고 있는데 자꾸 어디서 또 연락이 온다.

소주 한인회 단체 채팅방에서 우리 집 주소를 찾으며 나를 찾는다고 한다. 느낌이 싸하다. 당장 연락을 해보니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내가 밀접접촉자인데 언제 어디서 누구 와인지는 알 수 없단다. 그걸 모르고 어떻게 내가 밀접접촉자라는 거지? 뭔가 더 묻고 자세히 알아보고 하려고 했지만 그다음 말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원칙은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것이나 아이가 어리고 아이를 돌볼 다른 가족이 현재 같이 없으니 집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내가 더 따지고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 하구나. 직감했다. 나는 어떻게든 아이를 시설이 아닌 집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집중해야 했다. 한 달 간의 격리가 끝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오랜 격리생활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시설에서 격리를 한다면 아이와 나는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답변을 기다렸으나 밤이 될 때까지 답변이 없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이와 나는 짐을 쌌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것들, 옷, 놀잇감, 책, 간식 등등. 우리 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같이 가방 쌀까? 가져가고 싶은 거 다 가져와~하고 아이에게는 쿨하게 말했지만 무섭고 겁이 났다. 남편과 통화를 하며 너무 무섭다며 오열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나는 엄마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신 차리고 차근차근 해 나가면 된다고 아이에게 늘 이야기했으니까.


나는 신경 안정제를 한 알 먹었다.

그리고 마저 짐을 쌌다.


가방 가득 찬 아이의 물건들


나의 연락을 받은 남편은 회사에 보고를 했고 회사에서도 남편을 어떻게 할지 회의가 열렸다. 밀접 접촉자의 가족이 회사에 있는 것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봉쇄된 도시에서 겨우 겨우 직원들을 데리고 왔는데 남편 때문에 그들이 격리가 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편은 새벽에 집으로 돌려보내 졌다.


심란한 마음에 아침이 되었지만 답이 없었다. 부동산 사장님이 발 벗고 나서서 주민회와 연락을 해주셨지만 아직 밖에 나오지 말고 기다리라는 대답만 전해 들은 채 하루가 지났다.


나는 우리가 지금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나 시의 공문이나 문자, 뭐든 납득할만한 걸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알겠다고 기다리라고 하고는 또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은 단지 전체가 핵산 검사를 하는 날이었.

우리 집으로 우주복 입은 담당자가 왔 코 두 번, 입 두 번 총 네 번을 쑤시고 갔다. 이틀 후 주민회에 연락하니 이제 나가도 된다고 한다. 우리는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해지가 됐지? 공문은 있니? 이거 누가 결정하는 거야? 일 이렇게 할 거야? 내가 물어보기 전에는 얘기도 안 해줄 거였니?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이었지만 가슴속에 살포시 접어 넣고 일단 자유를 누리자!


파파고로 찾아 번역해 놓은 글. 언젠가 당당하게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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