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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pr 13. 2023

군인정신 한 줄 영어

영어가 진짜 되지 말입니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여인이 군인정신으로 한 줄 영어 하다 보면, 영어가 된다고 한다. Really? 믿거나 말거나 어디 한 번 근거나 들어봐야겠다. 납득이 된다면, 오늘부터 일일.


군인복무규율에서 정의하는 군인정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명예존중,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 책임완수' 등의 정신을 열거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빛을 발하려면, 군인은 항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는 총알을 제대로 장전해 놓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영어는?


수북이 쌓여 있는 영어 학습서 내용의 아웃풋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학습으로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 머릿속엔 아웃풋 회로 자체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이 시험에 나온다면, 이 질문이 인터뷰에서 나올 거라 예상하고 인풋(공부)을 준비하는 학생과, 시험 범위가 A-Z니까 뭐가 있나 한 번 보고 시험을 봐야겠다는 학생의 점수는 다르다. 단순한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EBS 영어강사 샤이니쌤의 공부방법을 보자. 그녀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abc를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팝송. 멋진 가수한테 반해 그의 부인이 될 준비를 차근히 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고 한다. 신랑과 마주할 여러 상황들에 대비해 연습한 그녀. 당연히, 그냥 책 펴 들고 남들이 하는 진도 따라가기도 지겨운 이들과 아웃풋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교 때, 어느 생활영어 코너에서,

‘Sorry, I mistook you for Tom.' (미안합니다. 당신이 Tom인 줄 알았네요.)라는 문장을 들었다.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나기 직전이라, 가서 써먹어야겠다 여러 번 연습하며 작정을 했던 말이다. 밴쿠버의 생활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 지나가는 긴 머리 금발 여인의 어깨를 치며, 미안합니다.... 문장을 써보려는 순간...


이게 웬일인지, 그녀가 돌아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을 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Sorry 까지는 하겠는데... errr, hmmm, 그러니까 내가 긴 금발의 여인을 Tom으로 착각했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연결되면서... 그저 oh... sorry.... wrong person...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남자 이름 Tom을 Amy 정도로만 바꿨어도 될 일인데... 실전에서 처음 영어를 아웃풋 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작정을 하고 달려들어도 말이란 건 쉽게 터지지 않았다.


외국어는 이렇듯 눈으로만 이해했다고, 그것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어나오지 않는다. 눈으로만 이해한 정보는, 아직 총알로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사되지 않는다.


이웃 작가님이, 행복일기를 보고 따님과 한 줄 영어를 해보셨더니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는 거다.


"What do you like?"

"I like apple, pizza...." (아이가 말하는 중에, 관사를 붙였네 안 붙였네부터 따지진 말자.)


뚜렷한 목표와 방향이 생기면, 없던 시간도 만들어 내서 인풋과 아웃풋이 하고 싶어 진다. 고로, 아이들 스스로, 분명한 목적을 갖고 인풋을 하면 좋겠다. 아웃풋의 준비를 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면, 그 준비와 노력이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어 갈거라 확신한다.  


성격적 탁월성은 습관의 결과로 생겨난다. 정의로운 일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며, 절제 있는 일을 행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고, 용감한 일들을 행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창우 역, <니코마코스 윤리학>, p.51


모두가 예상했을 한 마디 덧붙여 본다.


한 줄 영어를 행함으로써, 영어 아웃풋이 가능한 사람이 된다.



<My Two Blankets> by Irena Kobald, illustrated by Freya Blackwood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곳으로 이민을 온 소녀가 있다. 모든 것이 낯선 나라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듣다 보면, 마치 '차가운 폭포 아래 홀로 서 있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소녀는 자기 고향의 말, 나의 언어 속 담요 품으로 파고들어 마냥 머물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소녀에게 웃어주는 또 다른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날마다 새로운 단어를 가져와 친구를 돕는다. 소녀는, 친구의 단어를 받아 새로운 담요를 만들어 간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이제 두 개의 담요가 생긴 소녀는, 어느 담요를 덮든 언제나 따뜻할 수 있다.


표현이 잔잔하고 시적이라, 꼭 한 번 음미해 보시길 바란다.


I whispered the new words again and again.
Soon, they didn't sound so cold and sharp anymore.
And now, no matter which blanket I use, I will always be me.


https://www.youtube.com/watch?v=DdEG3s8s9Yw


우리 아이들이 어디를 가든, 꺼내 쓸 수 있는 담요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오늘 한 번 시작해 보실래요?


Tip 

한 줄 영어는, 집에 한 권쯤 있을 영어 그림책 혹은 내가 알고 있던 영어 문장 하나에서 출발하면 됩니다. 그 문장이 아이에게 의미가 있고, 일상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말 한 줄이면 됩니다. 가족 앨범을 꺼내놓고, This is my uncle.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시면 눈에 보이는 사물의 이름부터 아이와 영어로 불러봐 주세요. 사물들은 아이에게 다가와 영어 꽃밭을 만들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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