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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pr 14. 2023

꿀 먹었던 우리 아이, 삼 년 만에 영어 입이 트이다.

 한 줄 영어에 빠지다

초등 4 아이: 엄마, 'I saw a thin, tin pin twinkle in the bin.' 이게 무슨 말이야? 외워가는 거 숙제니까 한글로 발음 좀 적어 줘 봐.

엄마: (나도 모르는 한숨… 아이야, 영어 한 지 삼 년이 되어가는데...) 어제 배운 거라며. 진짜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야?

초등 4 아이: 아침부터 그렇게 꼭 한숨을 쉬어야 해?


불과 이주 전, 간단한 문장 외우는 숙제를 도와 달라던 아이와 아침부터 얼굴을 붉혔던 엄마의 일화다.


아이에게 영어 스트레스를 준 적도 없고, 학교에서 하는 영어 천천히 하면 된다고. 가끔 생활 영어라도 해볼까 싶어, 쉽고도 쉬운 문장을 골라해보려 할 때, 아이가 거부하면 더 이상 푸시하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아이 교육에 심적 여유를 갖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에 비해서, 내 아이는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적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영어가 어렵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재미도 없고, 자기는 영어 못한다고.


엄마생각: 유치원에서 잠시 노출했던 abc는 논외로 하더라도, 1학년 2학기부터 매주 3회 40-50분 정도 영어 시간에 노출이 되어 왔다.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단한 문장 뜻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는 '네 이름이 뭐냐'도 영어로 말을 못 했던 거 같아. 학교에서 영어 수업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선생님과 통화라도 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20년 전문가 선생님이라 믿고 있었는데. 화가 좀 나려고 하는 걸.


일단,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환경에서, 일주일 3회 길어야 총 150분 정도의 인풋만으로 아웃풋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알려 드렸다. 물론, 소수 정예로 50분 내내 티키타카 열심히 하고, 아이가 재미를 느껴 능동적으로 배움을 연장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내 아이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그 책임을 묻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한 줄.

아이가 만만하게 느끼는 영어 한 줄.

아이가 언어로 받아들이는 영어 한 줄.

아이가 바로 말할 수 있는 영어 한 줄.


아웃풋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처음으로 아이가, 영어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Do you like 000?

엄마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백 가지도 넘는 사물들을 넣어 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4학년이 된 지금의 시점까지 단 한 번 도 이렇게 많이 들어 본 적 없는 딸의 영어.

한 줄만 하면 된다는 말, 엄마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이 한 문장에 완전히 빠져 재미있어하니, 이제야 그 ‘한 줄’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니.

한 줄.

아이의 포텐이 터지도록 하는 도.화.선.


아직, Why do you like 000?로 물으면 서너 번 하다 만다고 한다. 그 이유를 대야 하는 것이 무겁게 느껴졌나 보다. 그래서, 반대로 아이에게 물어봐 달라고 하라 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답해 줄 테니.


Do you like...? 는 Why do you like...?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것도 길면, 그냥 'Why?'만 하자. 주야장천 하다 보면, 그래서 마음이 단단해지면, 저도 다른 말은 또 뭐가 있나 기웃거려 볼 테니.


크든 작든, 살면서 자신만의 '유레카' 순간이 있다. 그래서일까. 엄마의 한 숨 깊던 목소리는 그 사이 참 명랑해져 있었다.


크고 작은 굴곡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꾸준히 가시면 됩니다. 어머니.


초등학교 4학년이 이제야 간단한 문장 하나 말했다고 호들갑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한 줄이 어떤 폭죽을 터뜨릴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를 장담한다. 개인적으로, 언어의 시작 시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언제 시작했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꾸준히 가면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 당연한 얘기인데. 참... 당연하게 진행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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