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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pr 11. 2023

아이의 가치를 올리는 어버이의 말.

You are worthy.

외국의 유명 여배우들 중, 앞니 사이가 벌어졌거나, 주근깨 많은 얼굴을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내세우는 이들이 꽤 된다. 당당한 모습 자체로, 앞니가 벌어졌거나 말거나, 주근깨가 있거나 말거나 매력이 넘친다. 구글에 '앞니 벌어진 여배우'로 검색을 하면, 치아교정이 주르륵 뜬다. 주근깨를 치면, 기미 잡티제거와 함께 피부과 광고가 뜬다. 다 이쁜데, 주근깨가 많으니 레이저 치료로 모두 제거를 하면 한결 좋겠다,고 말하는 이와 결혼하고 싶을까. 별처럼 빛나는 주근깨가 너의 매력 포인트야.라고 말하는 이와 결혼하고 싶을까.


지나영 소아 정신과 교수는 한국은 지적주의 사회라고 했다. 어떤 것을 잘 알고 있는, 지.적(知.的)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지적(指摘)을 사랑과 애정의 동급?으로 생각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미국에선 전혀 듣지 못하던, 개인의 옷차림새부터 머리 스타일, 주근깨등에 관한 직설적 코멘트를 한국에선 아무렇지 않게 너무 많이 듣는다고 했다. 영국에서 십 년 넘게 살다와서일까, 그녀의 맘을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내가 만났던 이들은, 자기 비하적 농담이나 평가에도 경악했다.)


사실, 한국은, 배운 사람들이 많아서 지.적(知.的)인 사회다. 다만, 김승귀 교수님의 지적?처럼, '사춘기적 자의식'이 강한 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싶다. 어떻게 보이는 가가 중요한데, 지금 상대의 모습은 ’기준‘에 벗어나 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상대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애정 어린 의무감. 지적질을 당하는 것은 고마워할 일이지,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당당함의 기원을 혼자 파헤쳐 보았다. 한국인의 개인적 지적질에 담긴 의미. 다 너를 위한 거야.


아이들의 입장에서 들어보자. 너를 위한 지적질이 어떻게 들리는지. 물론,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하는 말이고, 진심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임은 안다. 그러나 자칫, 지적을 당하는 말을 아이가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갖게 된다. 주근깨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아이의 자존감과, 주근깨와 상관없이 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자존감. 말하지 않아도 그 차이를 알 것이다.


행복일기의 루틴과 함께, 매일 한 마디씩 써보면 좋을 칭찬 형용사.

무분별하고, 성의 없는 칭찬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칭찬과 격려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멋지다, 잘한다, 최고다, 장하다... 해 낼 줄 알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뭘 해도 잘한다 잘한다 하셨을 텐데... 어느새 초등 고학년... 순식간에 중고등이 되어버린 사춘기 자녀와 안녕하실까요. 자녀의 동그래진 눈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면, 목소리 깊게 깔고 엄지 척 들어 보이며...


You are worthy, I love you so much!


해보면 어떨까 싶다. 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말. 힘들게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막힌 가슴을, 한 번에 뚫어 줄 수도 있는, 우리 모두가 목말라하는 '인정' 이자 사랑이다.


강소영 재미교포 작가님의 작품 <너는 작지 않아>.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는 나일뿐, 너는 너일 뿐. 나를 너의 기준으로, 남을 나의 기준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You Are (Not) Small> by Anna Kang, illustrated by Christopher Weyant.

https://www.youtube.com/watch?v=tfsA6Q9bfS4


아들은 먹는 데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잠도 많지 않다. 먹는 데로 자는 데로 쑥쑥 커야 할 때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또래보다 몸집도 키도 작다. 게다가 생일도 11월생이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여자 아이들이 '돌보아' 주고 싶어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키 120이 되어야 워터파크 큰 미끄럼틀을 탈 수 있다는 안전요원의 말에, 열심히 먹어 보려 했으나... 그것도 잠깐. 몇 달 동안 몸무게가 그대로다.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맵다고 먹지도 않는 녀석이 손도 맵고 힘도 장사다. 내일 아침에 아들이 깨면, 한 번 더 꼬옥 안아줘야겠다. 너는 세상에서 제일 큰 나의 우주야.


You are absolutely NOT small. You are a super duper gigantic powerful boy. I love you.


형용사 모음 photo: by Michele Borba | Dec 20, 2020 | Articles, Confidence and Assertivness, Empathy and Kindness, Resilience, Thr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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