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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Dec 20. 2022

거꾸로 가는 한 줄 쓰기

쓰기-읽기-말하기-듣기-말하기-쓰기-읽기-쓰기-말하기...

 어느 날, 아는 동생이 물었다.

"그래도 영어 문법이 어느 정도 잡혀야 글쓰기를 시작하겠지?"

(동생아, 그게 언제일까?)

 

우리 거꾸로 가는 글쓰기로 가보자.

그래. 거꾸로 가는 글쓰기.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

대개, 쓰기를 맨 마지막 단계에 놓고, 마지막 결전을

치러야 할 상대처럼 쓰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듣기로 시작한 언어도 아니다. 파닉스로 시작한 abc가 끝나면, 요이 땅, 읽기로 전진!)


거꾸로 쓰기는,

교재가 싫고, 영어가 싫어진 아이들.

아니, 영어가 싫지 않아도 교재는 재미없는 아이들.

에게 가정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먼저, 책을 보다가 편하고 재미있는 한 문장을 고른다

주인공 이름 대신 아이 이름을 넣어 다시 말해보고, 써보면 된다. 

Susan runs. ----> 000 runs.

인형들을 늘어놓고 모두 신나게 달려보는 경험이 진짜 영어 근육으로 자란다. 

이렇게 모인 한 줄, 이렇게 내뱉은 한 마디가 모여 언어로서의 영어가 된다. 


어느 아이의 교재에 'There is/are...'의 연습 문장이 가득했다.

과연, 아이는, 000에 가면 000 도 있고 000도 있어 정말 신이 나요.라는 글을 써보라고 할 때,

교재에서 연습한 내용을 떠올릴까.

기본기를 다지고 문법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학습으로 접근할 때, 아이들은 아직 그것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어로 말을 해 보고 실수를 해봐야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다.

써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교재에 동그라미 가득하다고 원하는 문장을 술술 써내려 가지는 못한다.

써 봐야, 문법책에 있는 그 의미가 더 확실히 전달이 될 수 있다.

아하! 하는 순간이 와야.

문법도 쓰기도 분명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문법이 씌었구나! 해야 문법도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글쓰기로 어떻게 말이 되냐고 동생이 궁금해했다.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고치려고 들여다보면 중얼중얼 나도 모르게 문장을 말해 본다.

머릿속에서라도 다시 읽고 있다.

자신이 완성한 문장을 여러 번 말해 보는 게, 원치 않는 책 한 줄 읽기보다 쉽다.

왜. 내 글은 소중하니까.

완성된 글을 여러 번 읽어 마치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을 정도까지 가면 말이 되는 거다.

말이 별 건가. 하고 싶은 얘기 하면 되는 거지.

(영어는 유창하지 못해도, 자기 분야의 것은 어떻게든 설명해 내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보면

조금 이해가 쉬울까.)


읽기는 어떻게 되냐고?

내가 정한 주제와 관련된 글을 보다 보면

교재의 지문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맘에 들지 않는 문장을 계속 생각할 때가 있지 않은가.

딱 떨어지는 문장이나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다가,

다른 책을 읽다가 혹은 누가 하는 말을 듣다가 풀리는 경험.

스스로 책을 찾게 되는 이유. 글이 막히면 책으로 풀어보자고.

책을 꼭 독후감 숙제하듯이 읽거나 쓰지 않아도 된다.  

쓰다가 막히면 또 읽으면 된다. 


교재가 우선이 되면, 교재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이는 틀리거나 맞거나 둘 중 하나다.

내 아이가 우선이 되면, 교재는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아이의 한 줄 한 줄마다 보이는 문법 교정으로 아이의 글이 향상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쓰기를 하고, 내가 쓴 글을 들여다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다섯 개의 글을 한 번씩 써서 제출하고 끝낸 아이보다,

하나의 글을 다섯 번 고쳐 본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더 탄탄하다.

다만,

그럴 시간이 없다 하여 실제로 그렇게 하는 아이들이 적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가시적 성과를 기다려주는 부모님도 적다.


마냥 쉽게 갈 수만은 없는 글쓰기.

그래도, 쓰기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면, 아이들 스스로 써야 할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줘라.
그러면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https://www.youtube.com/watch?v=-wJ3FniLLfQ


한 단어, 한 줄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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