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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30. 2023

런던 초등학교 국어시간

왜 주인공을 바꾸라고 할까

런던 초등학교 국어시간. 대부분, 선생님들의 재량에 따라 선택된 그림책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초등 고학년으로 가도, 책과 프로젝트 주제 중심으로 수업은 이루어진다. 물론 큰 가이드라인은 내셔널 커리큘럼에 있지만 국정 교과서로 진도를 따라가야 하는 형태는 아니다.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중, 고등학생은 조금 차이가 있다.)


매번 책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하는 활동 두 가지가 있다.

스토리 맵 그려보기(써보기)와 주인공을 바꿔 이야기를 다르게 전개해 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도입부, 사건이 발단하게 된 시점부터 기억나는 데로 다시 스토리 텔링을 하며 그림 또는 글로 순서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야기 전체를 머릿속에 펼치는데 도움이 된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을 바꿔 이야기를 다시 써보는 것이다. 학년이 낮으면, 간단하게 등장인물정도만 다르게 바꿔 볼 수 있고, 학년이 조금 올라가면 결말을 바꿔 본다거나 사건 자체를 더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 준다.


책이 다르고 학교는 달라도, 중심 활동은 동일하다.

아이들도 점차 적응이 되면, 책을 읽고 (읽어주는 책을 듣고) --> 스토리 맵으로 이야기를 정리해서 말하고 --> 노트에 쓰고 (그리고) --> 다른 친구들의 달라진 주인공 스토리를 들으며 자신의 것과 비교하기를 습관처럼 하게 된다. 워낙 익숙한 활동이다 보니, 아이들은 점차 자신만의 흥미로운 이야기 만들기에 집중이 가능해진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종이를 접어 책을 만든다. 그림을 모아 붙여 책을 만든다.


영어를 외국어로 접하는 경우, 일단 글자를 읽어야 하는 부담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파닉스 수업 성과를 증명하듯 글자 소리 조합에 집중하니,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물론, 글자를 읽게 되는 것에 재미를 느껴 글자 읽기를 발전시켜 가는 아이들도 있다. 글자 읽는 즐거움이 책 읽는 즐거움까지 가는 것은 조금 다른 얘기 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충분히 들어야 책 읽기가 쉬워진다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간다. 심란해진 마음에, 듣기고 읽기고 일단 덮고 급한 일에 집중하게 된다. 즐거운 책 읽기의 꿈은 잠시 잊힌다.


그림책을 읽고, 단어 하나, 등장인물 한 번 바꿔 보며 이야기를 다르게 전개하는 것은, 한 번의 이벤트성 활동으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방법 괜찮네 하고 아이와 시작하려 해도, 아이가 한 번에 내 플랜대로 따라와 주는 일은 없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 아는 이야기(한글책도 좋다)로 시작을 해 보면, 과정에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처음엔 주고받는 말로. 다음엔, 엄마가 먼저 그림을 그려 주거나 한 단어씩 기록을 해 가는 정도로. 여기까지 익숙해지면, 아이가 주인공을 바꿔 그림이라도 그려 보는 참여 정도로.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차근히 조금씩 가다 보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qGYWRHOV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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