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슈퍼맨이었다.
나이 쉰이 넘어서부터는 배가 좀 나오기 시작하긴 했지만 하도 건강해서 걱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시국 때도 감기 한 번 제대로 앓지 않은 우리 아빠는 돌아가신 그 해 초에도 나와 환갑 기념으로 한라산을 뚝딱 올랐었다. 30대 초반인 나보다도 산을 잘 탔었는데.
그뿐이랴? 우리 아빤 그야말로 멋진 남자였다.
일과 가정, 뭐 하나 빼놓지 않고 최선을 다했었다.
주중엔 멋들어진 BMW를 몰고 출근을 하고, 퇴근하면 엄마, 나 그리고 동생들과 오순도순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 일과를 공유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등산, 백패킹, 낚시 등을 즐겼다. 가족들이 먹고 싶다는 메뉴가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외식 나들이를 함께 나섰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상적이고 멋진 중년의 삶을 사는 남자, 그가 바로 우리 아빠였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 아빤 슈퍼맨이라니까.”
“건강 검진 결과도 매년 양호하고.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 부럽다, 부러워."
잔병치레가 잦고 조금만 무리해도 감기 몸살에 시달리는 엄마와 나는 아빠를 두고 이런 대화를 주고받곤 했었다.
그런 슈퍼맨 아빠가 나이 환갑에 세상을 떠났다.
혈액암이라는 황당한 진단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말이다.
날 포함한 우리 가족에겐 아무런 예고도, 준비 기간도 없었다.
그렇게 갑자기 사랑하는 아빠를 투병 기간이랄 것도 없이 놓아주어야 했다.
나는 아빠의 짧은 투병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고, 아빠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었다.
장례식이 끝난 지도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얼떨떨하다.
사실, 난 아직도 아빠를 어떻게 보내주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뭐라도 적어두어야 할 것 같아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이게 그나마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니까.
이렇게라도 아빠를 추억하고 나면, 텅 빈 것만 같은 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채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