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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 Monkey Feb 24. 2022

회복탄력성

역경이 할퀴고 간 자리에 남는 것

깨져버린 루틴을 다시 복구하고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나한텐 그렇다. 감염병이 식구들을 갈라놓고, 원래 보금자리로부터 다른 곳으로 피신하게 만들었다. 새로 피신하게  곳은  공간이 아니었으므로 다시 처음부터 정을 붙여나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

  냉장고,  자리를 찾지 못하고 널브러진 식기도구들, 먼지 쌓인 . 캐리어를 끌고  먼지 쌓인 방에 약간의 먼지를  보탠 ,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이제 무얼 먼저 해야 하나 생각했다. 하나도  손에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여행을 하러   아니라 피신을 하러  것이기에 새로 지낼 숙소는 피로를 푸는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 내가 사용할  있도록 노동과 작업이 필요한 곳이었다.

 집과 익숙해지는 데는 3일이 걸렸다. 근처 마트에서 장도 보고, 음식도 요리해서 먹었으며, 집을 청소할 여유까지 생겼다. 나도 감염된  아닌가 의심스러워 음성임을 확인하고도 끙끙댄 며칠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알았으나  집과 익숙해지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역경이 할퀴고  자리에는 상처가 남지만  치료하고 회복하면 흉터 없이 말끔히 나을 수도 있다. 자가면역, 스스로가 면역을 길러 자신을 보호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평소보다  자주 환기를 시키고, 가공음식을 멀리하고 직접 요리를  먹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게 자기  물수건을 적셔두고, 비타민을 챙겨 먹으며 낮에는 햇빛을 보러 나간다.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나는 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험에서  보호하려 규칙적인 생활을 시도하고 있고, 전보다는  몸상태가 좋아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다 보니 회복력이 생겨 이제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뚜렷해진 느낌이다. 편안하던 일상이 깨지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러나  일상을 깨어버리는 외부적인 상황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로  수도 있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강화된 근력을 가지고, 이제는 더 탄력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도약할 일만 남았다. 그것을 허용할 마음의 여유와 용기가 생겼으니 다시 천천히 하던 일을 이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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