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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22. 2023

음... 땡!

AB형 여자의 퀴즈쇼




신혼 초에는 함께 요리하는 것이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요리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와이프는 좋아했다. 스무 가지 이상의 요리를 했고, 그 노력에 부응하고자 나는 사진을 찍어 우리들만의 메뉴판을 만들었다.(집에 오는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둘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남은 식재료는 늘 곰팡이의 번식에 쓰일 뿐이었다. 어느 정도 소꿉놀이에 지쳐갈 즈음, 배달음식의 간편함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배달 횟수가 늘어날수록 밥솥의 밥은 누렇게 변해 있을 때가 많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주말이면 항상 배달음식을 찾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배달음식 메뉴를 정하고 있을 때였다.


"아~ 배고파, 오빠는 뭐 먹을 낀고?"

와이프가 물었다.


"음..... 짜장!?"

고민 끝에 내가 짜장이 먹고 싶은 걸 깨달았다. 그리고 큰 발견을 한 듯 대답했다.


그러자 와이프는,

"땡~!"

하고 외쳤다.


뭐지. 뭐 먹고 싶냐고 물어서 짜장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난데없이 땡이라고 외친다. 


"그라믄... 밀면?"

"... 땡!"


계속되는 퀴즈쇼에 나 스스로 진정 무엇이 먹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겼다. 짜장이 먹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짜장 말고 분명 다른 먹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라 속으로 최면을 걸었다.   

'내가 뭘 먹고 싶지? 짜장말고 있나? 아마 있을거야, 다른 먹고 싶은 걸 찾아.'


"음...."

생각에 잠길 때쯤,


"오빠 먹고 싶은 거 먹자. 뭐 묵노? 배고파~"

계속 와이프가 보챘다.


"아까, 다 얘기했다 아이가. 내 먹고 싶은 거~"

"그냥 마, 자기 먹고 싶은 거 묵자."

내가 생각을 포기하려고 하면, 다시 부추겼다.


"아니~ 나도 뭘 먹을지 모르겠다고~"




사실 와이프 귀에는 내가 먹고 싶은 게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내가 먹고 싶은 게 아닌 와이프가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지를 추리해내야 했다. 그리고 이내 속으로 와이프가 먹고 싶어 할 만한 것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어제 술을 먹었으니.. 아마 해장 쪽으로 가야 할 테고, 보통 와이프는 해장을 시원한 것으로 하니까, 밀면은 땡이라고 했고, 그렇다면 따뜻하고 시원한 국물이 있는 음식일 것이다. 게다가 와이프는 매운음식을 못먹으니까, 그럼 두 가지로 축소되겠지? 그건 바로, "대구탕 아니면 쌀국수"다.'


"음... 대구탕?"

나름 추리를 통해 결정한 메뉴 중 하나를 소심하게 말했다.


"음... 때~앵!"

와이프는 보란 듯 또 말했다.


아, 그럼 남은 건 단 하나.

"그럼 쌀국수!"


"... 그럴까? 오빠는 쌀국수 괜찮아?"


비로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AB형 여자는 "답정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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