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성과물의 활용
어느 날, 나는 작은 마을을 지나치다가 강 위에 걸쳐진 낡은 다리를 발견했다. 다리는 반쯤 무너져 있었고, 나무판자 몇 개는 떨어져 나가 있었다. 하지만 다리 끝에는 반짝이는 햇살 아랫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저편으로 건너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다리 한가운데, 한 노인이 망치와 못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작은 상자에 오래된 도면과 망가진 공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노인은 잠시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 다리는 두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한쪽은 군의 세상, 다른 한쪽은 민간 기술의 세상이지요. 하지만 이 다리는 너무 오래되고 부실해서 누구도 건너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리 위를 천천히 걸었다. 노인은 발밑의 나무판자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말했다.
“한때 이 다리는 튼튼했습니다. 국산화 사업이라는 이름의 나무들이 판자로 사용되었고, 사람들은 이 다리를 통해 안전하게 왕래했죠.”
그는 녹슨 못 하나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이 다리를 건너고 싶어 합니다. 그것들이 ‘벤처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다리가 너무 오래되고 좁아서 그들은 끝까지 건너가지 못합니다.”
나는 멀리 다리 끝자락을 바라보았다. 몇몇 사람들은 다리의 균열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왜 누구도 이 다리를 고치지 않습니까?”
노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다리를 고치는 일은 규정에 없으니까요. 누구도 다리 수리비용을 지출할 규정이 없습니다. 이 다리는 마치 법의 그늘 속에 숨겨진 채 아무도 돌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다리 아래에는 부서진 나무판자들이 쌓여 있었다.
“여기에는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들고 와 이 다리를 건너고자 했지요. 하지만 다리는 그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그들은 다시 강물 속으로 추락했습니다.”
노인은 물결에 떠내려가는 나무조각 하나를 가리켰다.
“그것은 실패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헛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누군가는 건너고자 했으니까요.”
다리 한편에는 작은 나무덱이 새로 지어지고 있었다. 노인은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새로운 다리를 만들기 위해 작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리는 너무 느리게 건설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저편 강 건너편에서 반짝이는 깃발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노인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들은 군의 기술자들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다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리가 완성되지 않으면, 그들은 결코 이곳으로 오지 못합니다.”
노인은 다시 망치를 들었다. 그는 천천히 낡은 판자를 들어 올리고 새 판자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 다리를 고치면서 무엇을 바라십니까?”
그는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이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와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오기를 바랍니다.”
다리 위로 다시 올라간 우리는 서서 강물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오래된 도면을 펼쳤다. 도면에는 튼튼한 새 다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 다리는 언젠가 완성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누군가 계속해서 못을 박고, 판자를 교체해야 합니다.”
나는 강물 위로 떠내려가는 나무판자들을 바라보았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다리 위를 건너야 한다.
하지만 다리가 무너지기 전에 누군가는 그것을 고쳐야 한다.
우리는 다리가 무너지기 전에 손에 망치와 못을 들어야 한다.”
다리 위의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망치를 들었다.
햇살이 다리 위로 부드럽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국방분야 지원사업들의 성과물 활용에 관한 이야기다. 국방분야 지원사업 중, 대표적인 자유공모 사업으로 국방벤처지원사업이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풍부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과제화하고 성과물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비 R&D사업이며, 군소요와의 연계 문제로 창출한 성과물을 군에 적용하기 힘들다. 지원사업 성과물과 군 소요의 연계는 방산육성에 있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의 DARPA와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획기적인 민간기술을 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업 성과물을 군 소요와 연계할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