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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작은 씨앗과 나의 이야기

by 김경태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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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끝없는 사막을 걷고 있었다. 바람은 모래알을 날리고, 저 멀리 지평선 위로 태양이 타오르고 있었다. 내 손바닥에는 작은 씨앗 하나가 놓여 있었다.


"너는 어디에서 자랄 수 있을까?"


사막은 잔인하다. 그곳엔 나무도, 물도, 바람을 피할 그늘도 없었다.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엔 너무 가혹한 땅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작은 씨앗이 언젠가 나무가 될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씨앗이 자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어떤 씨앗은 오아시스 근처에 떨어져 금세 뿌리를 내린다. 그곳은 안전하고 물도 풍부하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드물고, 이미 많은 식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떤 씨앗은 항아리 속에 심어지기도 한다. 물과 영양분이 제공되지만, 항아리 속 씨앗은 언젠가 항아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때가 되면, 사막의 거친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말라버릴지도 모른다.


어떤 씨앗은 바람을 따라 날아다니다가 우연히 적당한 땅을 만난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드물다. 대부분의 씨앗은 뜨거운 모래 위에서 생명을 잃는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의 방법은 씨앗을 가장 적합한 땅에 심어주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작은 그늘 아래일 수도 있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절벽 틈새일 수도 있었다.


나는 씨앗을 손에 쥔 채 사막을 걸었다. 바람은 거칠게 불어왔고, 태양은 내 등 뒤에서 타올랐다. 며칠을 걸었을까, 마침내 나는 작은 그늘진 곳을 발견했다.


"여기라면 네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씨앗을 모래 속에 심었다. 손으로 모래를 덮고, 마지막 남은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이제 네 몫이야."


하지만 나는 떠나지 않았다. 나는 매일 그곳을 찾아가 모래를 덮고, 바람이 씨앗을 날려가지 않도록 지켰다. 시간이 흘렀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날 아침, 작은 녹색 싹이 모래를 뚫고 올라왔다.


그 순간, 나는 마치 하늘에서 별이 하나 더 떠오른 것처럼 기뻤다.

나는 깨달았다.


"모든 씨앗은 다르게 자란다. 어떤 씨앗은 쉽게 자리를 잡고, 어떤 씨앗은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은 그 적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가장 알맞은 땅에 심어주는 것이다."


어느 날, 작은 싹은 어린 나무가 되었다. 그 나무는 사막의 바람을 견디며 하늘로 가지를 뻗었다. 그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또 다른 씨앗들이 그 아래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사막을 떠나며 속삭였다.


"너는 이제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다른 씨앗을 찾으러 갈게."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씨앗을 심는 일을 계속합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씨앗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숲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이 씨앗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의 모래 아래 잠든 씨앗은 아직 나무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숲이 자랄 준비를 하고 있어. 가 해야 할 일은 그 씨앗을 믿고, 알맞은 땅에 심어주는 것뿐이야."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방산의 작은 씨앗을 심는 일이 방산육성이며, 이는 곧 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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