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 위 회색 먼지가 굴러다니고, 씽크대 위에 지저분한 그릇들이 널부러져 있고, 빨랫감이 빨래통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하다. 청소기로 바닥을 밀고, 빨래를 세탁기 속에 넣어 동작 버튼을 누른 뒤 씽크대 앞에 서서 천천히 그릇을 닦는다. 설거지를 하며 바라보는 거실 창 너머에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멍하니 앞을 보면 차분해진다. 설거지 자체가 목적일 때는 식기세척기를 하루에 두세 번 사용했다. 세척기에 내 마음 청소까지 빼앗기고 싶지 않은 지금, 설거지를 하는 동안 갖는 나만의 멍 때리기 시간이 귀하다.
요즘 들어 읽는 것보다 쓰는 것에 매달린다. 잘 쓰기 위함이 아니고, 내 마음의 크고 작은 먼저덩어리들을 싹싹 쓸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다. 그냥 쌓아 두면 발가락 하나 디딜 곳 없이 작은 먼지들이 덩어리 져서 방 안 곳곳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아 빗자루로 쓸게 된다. 그때그때 드는 생각-작은 서운함, 이상한 막막함, 어찌하기 힘든 불안, 길을 잃은 듯한 초조함-이 미간을 찌푸리게 할 때 몸이 알아서 노트북으로 달려간다. 그렇게 안 하면 계속 인상을 쓰며 죄도 없는 티비를 노려보는 것이다. 답도 없이.
서운함을, 불안함을, 막막함을, 초조함을 휘갈기고 노트북 전원을 끄고 난 뒤 방 불을 탁 끄고 나오면 왠지 모르지만 후련하다.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 흡입구가 먹은 먼지를 쓰레기통에 탁탁 하고 버린 느낌이랄까. 그날그날 청소를 하지 않고 먼지 쌓인 마음의 바닥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는 깨지 않은 숙취를 안고 일어난 듯 기분이 나쁘다. 청소를 한 깨끗한 내 자리에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한다. 설흔, 은유, 박미라, 이성원….(요즘 읽고 있는 책들의 작가다.)
그리고… 혜성.
소중한 하루를 예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그를 초대한다. 소중한 그이기에 먼지 쌓인 더러운 곳으로 초대할 수 없다. 말끔하게 청소한 뒤 잘 빨아 말린 방석을 깔고 그를 모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