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밀 편지

엄마와 아들의 연결 고리

by 혜성

“준아, 이번 주엔 무슨 책 읽고 있어?”

집 근처 논술 학원을 알아보다가 겨우 한 자리 남아 있는 학원에 바로 등록을 하고서 4개월 가까이 되었다. 학원 교재 진도에 맞춰 한 주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고 워크북을 풀어 가는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은 너무 가기 싫어하는 내색이 짙었다.


6학년이 되고부터 기본 공부는 해야 한다고 준이는 받아들였다. 거기다 특별히 학원과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들을 받아들일 때 예민함을 부리지 않는 스타일이라, 준이는 가기 싫다는 마음은 있어도 입 밖으로 가기 싫다는 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그런 우직함 때문인지 준의 입에서 가기 싫다는 소리가 나오면 어디가 아프거나 오래 참은 싫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논술 힘들어? 재미없어? 무슨 일 있었어?”


처음 팀이 꾸려질 때 다행히도 준이 포함 남학생 셋에 여학생 한 명이었다. 논술 학원을 시작하고서 책 읽기 싫어하는 녀석이 의외로 재미있다고 잘 다녔다. 알고 보니 친구들과 어느새 친해져 학교에서 만나면 친구가 떡볶이도 사 주고 할 정도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친구들이 한꺼번에 학원을 그만두고 그 자리를 여학생들이 채운 것이다. 아이들과 친근한 태도로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흥미를 유발해서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던 예전 논술 선생님과 달리 지금 선생님은 그야말로 원리원칙대로 가르침을 우선하시는 분이었다. 준이는 친구들 보는 재미로 그 시간을 그럭저럭 버티던 차였는데, 친구들까지 한꺼번에 나간다니 논술 가는 날이 지옥과 같았던 것이다.


“그래, 쉬자. 대신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는 지금처럼 하는 거다.”

이렇게 조건을 달고 논술 학원을 쉬기로 했다. 스스로 책을 읽으면 굳이 책 읽는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라도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질 날이 오겠지라는 기대로 보낸 것이었는데, 그 시간이 지옥이라면 책에마저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 뻔했다. 문제는 일주일 한 권 책 읽기가 잘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준에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체크를 한다. 책을 읽고 있냐고. 물론 강요는 하지 않았다. 엄마의 질문마저 책에 대한 거부로 이어질까 봐서. 대신 어떤 책을 읽는지, 책은 재미있는지 물었다. 이날의 질문에 준이는 “《위험한 비밀 편지》(앤드루 클레먼츠 저, 비룡소) 엄마 읽었어? 이거 재밌어. 엄마도 읽어 봐.” 하면서 책을 내민다. 아이가 읽는 책을 같이 읽자! 그것이 소통하는 창구다. “그래? 읽어 봐야겠네.” 대답하고서 아이가 학교 간 시간이면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처음은 조금 재미없는데, 읽다 보면 재밌어져.”

준이가 책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랬다. 아프가니스탄 산골에 사는 6학년 남학생 사디드와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여학생 애비의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편지 소통은 읽어갈수록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며칠 정신없이 바쁜 일이 있어 하루에 다 읽지 못하고 며칠이 걸렸는데, 준이는 엄마를 볼 때마다 “다 읽었어?” 하고 체크를 했다. 그 질문에 “응.”이라고 답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읽어야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처음부터 대략의 사건 개요를 훑고 나서 뿌듯함이 밀려왔다. 책이 훌륭해서여도 그렇지만 이 책을 소개한 준이가 달리 보였다. 궁금했다. 준이는 어떤 점에서 이 책이 재미있다고 했을까. 오해를 부를 만한 일련의 일들이 아슬아슬하게 전개되었다가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되어서?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의 일이라? 그것도 내 또래의 아이들이라? 지역의 경계를,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은 우정이라? 그야말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비밀 편지라서?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시시콜콜 말하기 싫어하는 준이 성격에 자꾸 들이대면 뒷걸음질 할 것 같아 참았다. 대신 또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 했다. 항상 엄마의 지도나 추천을 받다가 자신이 추천을 해 줄 입장이 되니 즐거운 모양이다. 《가짜 영웅 나일심》(이은재 저, 좋은책어린이)을 읽어 보라 권한다.


그래, 읽어 보자. 그리고 이번엔 준이와 같이 토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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