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받은 생일 카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 효도였다

by 혜성

어렸을 때 참 많이도 놀림을 받았다. 다름 아닌 가족들 사이에서. 언니들은 넌 누굴 닮아 그렇게 얼굴이 넓적하냐고 동생 놀리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차라리 완벽한 놀림이었다면 모를까 근심스러운 얼굴일 때 받는 상처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내 기억만큼 놀리지도 근심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두어 번의 그 지적이 가슴 깊이 콕 박혀 늘 놀림을 받은 것으로 기억의 저장고에 수정 저장되었을 수 있다.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동그랗고 순한 얼굴에 부끄러움이 잔뜩 묻은 미소가 참 귀엽다. 부끄러워 크게 웃지도 못하고 웃음을 참느라 떨리는 입술을 살짝 깨무는 노력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 이런 딸이 있다면 부끄러움 대신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옆에서 많이 다독이고 맛있는 거 해 주면서 이것저것 물어볼 것 같다. 그 아이가 답하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다 박수를 치며 웃고,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하고, 식탁을 치며 화내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릴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옆에 없어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많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길 가다가도 말없이 혼자 노는 아이에게 눈이 간다. 측은함이라는 감정 속에는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지금의 애틋함이 있다.


생일에 선물을 사 주겠다는 준에게 손편지를 주문했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편지지를 펼치자 “사랑하는 엄마께”로 시작해 “사랑해요.”로 끝난다. 중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엄마께 고마운 게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건 저를 예쁘고 멋지게 키워 주신 거예요.”


많이 먹먹했다. 살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태도. 늘 내 넓적한 얼굴을 원망하며 살았는데, 아들은 자신이 예쁘고 멋지다고 자신하며, 그런 자신을 낳아 주고 키워 준 내게 감사하다고 한다. 나의 엄마가 떠오른다. 그런 말을 전하지 못해 죄송하기만 한 엄마. 엄마, 나를 이렇게 예쁘고 멋지게 키워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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