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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09.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20)

자동차 경주자

3월 30일

내 가게로 매주 꼭 금요일마다 와서 자주 꽃을 사던 단골손님 마르지 아줌마가 시아버지와 통화하기를 원했다. 시아버지가 건강할 때 가게에 들르면 자주 만나곤 해서 서로 아는 사이였다. 시아버지 안부를 묻기 위해서였다. 마르시아 줌마는 유난히도 선한 눈빛을 가진 맘씨 좋고 전통을 지키는 그런 여자인데 매주 금요일이면 한주도 빠짐없이 바퀴가 달린 샤핑 백을 끌고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야채며 꽃등 사야 할 것 등을 사며 처리해야 할 일등을 처리하고 나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남편은 55살엔가 중풍에 걸려 일찍 퇴직하고 집에 있지만 겉으로 봐선 그리 아픈 사람 같진 않다. 


마르시: "루후 씨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발전은 하고 있나요?" 
시아버지: "그럼요 발전을 하구 말고요"
마르시: "어떻게요? 이제 걸을 수 있어요?"
시아버지: "그게 아니라 못된 짓을 하는 면에 있어서 발전을 한단 얘기예요."
마르시: "내 남편도 중풍에 걸렸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자전거는 타고 다녀요."
시아버지: "그래요? 근데 나는 자동차도 타요. 그것도 커어브를 돌을 땐 80 킬로미터 속력으로 달리죠,,, 속지 말아요, 그렇게 상상을 한단 얘기예요."


시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움직여서 우리는 꼼짝없이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벽이고 문이고 상관없이 부딪혀도 멈추지 않고 휠체어를 굴리면서 보통 하는 말,

< 자동차 겅주자가 도망가니 잘 지켜봐! > 아님 <노인네가 도망가고 있어 > 

도망간다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을 봐서 시아버지는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은 모양이다. 

우리 시아버진 일인이역을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첫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은 가끔은 정상에 가까운 속 사람을 가진 능청스럽다 할 만큼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그래서 옛날 시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이, 둘째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참을성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있는지도 모르며 극성맞아 난폭하기까지 한 말썽꾸러기인 병든 아버지이다. 둘째 역을 맡은 말썽꾸러기 가 일을 저질러 놓으면 첫째 역을 맡은 옛날의 시아버지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흔든다. 

나는 첫째 주인공한테 시아버지 원래 이름, 후릿츠란 이름을 붙이고 둘째 주인공한테는, 막스란 이름을 붙여 구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말썽쟁이, 막스가 주로 역을 맡아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언젠가 진짜 시아버지 '후릿츠'가 주로 우리 집 무대에서 활동하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그때엔 우리 팔자가 펴서? 지금보다는 쉽게 아버지를 모실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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