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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Nov 05. 2024

인생 과제, 주도적인 삶



고전을 읽다 보면 공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많은 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선구적인 인물인 공자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춘추시대 노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예(禮)에 밝았고, 30대부터 제자 양성을 시작했으며, 바른 정치를 이끌고자 정치에 참여하였으나 반대파에 의해 좌절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제자들을 이끌고 10여 년 동안 중국 천하를 방랑하며 뜻이 맞는 군주를 찾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년에 노나라로 귀국하여 국로(國老)의 대접을 받으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고 합니다.


공자는 동양적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인(仁)'을 최초로 제시하였다고 합니다. '인'이란 도덕적, 인본주의적 의미의 '사람다움', 즉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말합니다. 논어에 '인자애인(仁者愛人)'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조건 없이 남을 챙기고 아끼는 마음이 '사람다움'의 본질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배신 속에서 죽어갔기에, '남을 챙기고 아끼자 그래서 사람답게 살자'는 공자의 가르침이 평화를 갈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훌륭한 생각과 사상을 가진 공자가 각국 제후들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남이 잘못을 지적하며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것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죠. 반면에 옆에서 침발린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고쳐지지를 않습니다. 그 길이 결국 파국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오늘은 인생이 보이기 시작하는 인생 후반기의 주도적인 삶에 대하여 공자의 가르침을 찾아보았습니다.




唐棣之華 偏其反而 豈不爾思 室是遠而

子日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당체지화 편기반이 기불이사 실시원이

자왈 미지사야 부하원지유


'당체꽃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네. 어찌 그대를 생각하지 않겠냐마는 집이 너무 멀구나.' 공자가 말하길, '생각하지 않은 것이지, 어찌 멀게 있겠는가?' -논어 자한편-


<시경>에 이런 노래가 나옵니다. '당체꽃(산앵두나무)이 봄바람에 흔들리네요. 그 꽃을 보며 어찌 그대를 그리워하지 않겠습니까? 그대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대는 너무 먼 곳에 계시는군요.'  노래를 듣고 공자가 말합니다. '생각이 간절하지 않은 것이지 어찌 집이 멀다고 핑계를 대는가?' 생각이 간절하면 거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은 것입니다.


핑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학창 시절 입학과 졸업을 반복하면서 기대와 후회도 반복합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더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퇴직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며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합니다. 인생이 다 그렇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아쉬웠던 일들 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아쉬워해봤자 다 핑계에 불과한 것이죠. 그리고 그 핑계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봄바람에 살랑대는 봄꽃을 보면서 떠나간 연인이 생각나고 보고 싶지만, 이미 떠난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공자는 그 노래를 고 생각의 문제이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칼에 평가했습니다. 정말 마음 깊이 연인을 사랑한다면 그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찾아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뒤늦은 후회. 이제 지난 일은 다 털어버리고 이제부터의 삶이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子日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자왈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불이삼우반 즉불부야


공자가 말하길, '답답해하지 않으면 일깨워 주지 않았고, 표현하려 애쓰지 않으면 밝혀 주지 않았다. 하나를 가르쳐 주었을 때 스스로 세 가지를 알아내지 않으면 반복해 가르치지 않았다.' -논어 술이편-


<논어)는 제자의 질문으로 시작하여 공자의 대답으로 마무리됩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제자들은 질문하면서 이미 반을 배우고 대답을 들으면서 나머지 반을 익힙니다. 그러니 하나를 가르쳐 주고 나머지 세 개를 스스로 알아서 찾는 자세가 보이지 않으면, 공자는 제자를 다시 가르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남에게 밀려온 삶에서

2500년 전 공자는 제자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주도적으로 공부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이미 그 시절에 자기주도학습을 실시한 셈입니다. 그에 반하여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요? 저희 때 사람들이 다 그랬겠지만 저도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공부가 그랬듯이 학교에서군대에서회사에서시키는 것만 잘 해내면 었습니다. '빨리빨리' '시키는 일이나 잘해'란 소리가 늘 뒤통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주도적인 삶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선배들이 가는 뒤를 따라서 그리고 후배들이 밀고 오는 서슬에 밀려서 그렇게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보니 무엇이 주도적인 삶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지난날, 한순간도 대충대충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과연 내가 원했던 주도적인 삶이었을까요? 


내가 밀어가는 삶으로

지금까지는 다양한 페르소나에 숨어서 살았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 자신이 아닌 아들, 남편, 아빠의 삶으로. 내가 아닌 사원, 과장, 팀장, 본부장의 삶으로. 그때그때 그 역할에 요구되는 삶을 떠밀리다시피 살았습니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를 맞이한 지금, 또 다른 페르소나가 필요할까요? 가면을 쓴다는 것은 내가 아닌 오직 그 가면이 요구하는 역할을 연기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남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삶을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인생 후반기는 남에게 밀려온 삶에서 벗어나 내가 밀어가는 삶으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子日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공자가 말하길,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논어 옹야편-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얘기들을 뿌리며 살지,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제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유행가 가사가 가슴에 콕 박힙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산다는 것


즐기며 사는 건 원하는 걸 얻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보통 사람이나 성공한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봐도 원하는 걸 얻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욕심과 욕망은 제어하기 힘든 것이죠. '가슴 뛰는 삶'. 듣기만 해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말입니다. 그 누군들 원치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공자가 말하길,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인생 후반기, 어떻게 하면 즐기는 자가 될 수 있을까요?


공자는 먼저 자신이 하는 일,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를 잘 알아야 한다고 니다. 어쩌면 거기서 가슴 뛰는 삶의 비결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생각과 태도의 문제입니다. 지금의 일이나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다른 일을 찾거나 회피합니다. 그러나 다른 일이나 상황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경우가 계속된다면 그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찾아보기 그리고 때로는 생각과 태도를 바꾸기. 공자가 말하는 즐기는 인생 찾기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비록 즐기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좋아하는 일로 만들었다면, 잘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혹여 지금까지 했던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다면 보통의 삶을 살았다는 말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혹은 할 수 없었던 일이 있었다면, 이제는 해 볼만 하지 않은가요? 그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를 것이니까요. 어쩌면 바로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인생 후반기에서 목표로 삼아야 할 두 가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 내가 주도적으로 즐기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나이의 문제도 아니고 건강의 문제도 아닌 바로 지금 내 인생의 과제인 것입니다.





※ 이 글은 최종엽著, '오십에 읽는 논어(論語)'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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