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없는 남자 -
앞에 새 남자가 나왔다고 내가 안 나오는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제목을 봐라! 내가 빠지면 이 글의 제목부터 바뀌어야 한다. 내가 이 글의 주인공이다. 누가 뭐래도.
오늘은 일요일. 난 느지막이 일어나 빵과 커피를 들고 TV 앞에 앉았다. TV에서는 노랑 머리 빨강 머리들이 나와 무슨 게임을 한다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스펀지 같은 무미건조한 빵을 입에 쑤셔 넣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제 밤늦도록 술을 마셔서인지 영 입안이 깔깔하였다. 하지만 뭔가를 먹고 힘을 내야 또 오늘 밤을 활기차게 보낼게 아닌가 말이다.
요즘 나는 살맛 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아내는 둘째 아이를.. 또 아들이다.. 낳고 친정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 비록 먼 시골길이었지만 내가 맘먹고 실어다 주었다. 그리고 푹 쉬라고 맘을 크게 써줬다. 아내는 내가 혼자서 고생할 걸 걱정하였지만 자기가 편하게 몸조리하는 게 날 위하는 거라고 위로해줬다. 아내는 내 넓은 아량에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앞으로 적어도 두세 달 동안은 내 세상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당장 나의 자유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친구들을 불러내 술판을 벌였다. 늘 얻어먹기만 했는데 이제는 나도 어엿한 직장인, 것도 직책이 상무란 말씀이야! 맨날맨날 술판을 벌이고 법인카드를 긁었다.
하지만 그것도 열흘쯤 지나니까 시들해졌다. 아내의 빈자리가 허전하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왜 이래? 맘 약해지면 안돼! 난 머리를 흔들며 빵 조각을 커피와 함께 삼켰다.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헛되이 날리면 안되지. 띠리리리 띠리리리! 내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여보세여? 김경석입니다."
"여보세요? 저 주연인데요..."
"주연이? 아.. 예!"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응! 주연이는?"
"저두요. 이따 오후에 만날래요? 우리 영화나 보러 가요."
"그럴까? 그럼 있다가 봐."
주연이는 얼마 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아가씨이다. 모 그렇다고 술집 여자는 아니고 좀 날라리 끼가 있고 잘 노는 그리고 중요한 건 몸매 쭉쭉빵빵 잘빠진 아가씨이다. 그러니까 요즘 나는 주연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녀와 늦은 점심식사를 같이 먹고나서 영화관엘 갔다. 그녀는 역시 그녀의 정서에 맞을만한 찐한 애정영화를 선택하였다. 이거 큰일이다. 저런 영화 보면 또 잠만 올 텐데. 불이 꺼지고 영화는 시작되고 화면 가득히 퍼지는 살색의 향연. 그녀는 더운 숨을 뿜어내며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화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가 엷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내게 기대어왔다. 나는 짐짓 태연한 체 고개를 돌려 딴 데를 쳐다보았다. 앗! 저게 누구야? 통로 한칸 건너 조금 아래쪽으로 그녀, 지혜 씨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엔 오장석이도. 이거 큰일이다. 난 얼른 고개를 돌리고 주연이를 끌어안았다. 영문도 모르는 주연인 더욱 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난 가자미눈을 뜨고 그들을 훔쳐보았다. 오장석이가 그녈 마구마구 더듬고 순진하고 착한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었다. 저런저런 음흉한 넘! 그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머리에 스팀이 끓어올랐다.
- 새 여자 -
내 이름은 오주연이다. 이 글엔 2부에 들어서 대거 등장인물을 확대하는 바람에 운 좋게 데뷔하게 되었다. 모처럼 잡은 기회 힘닿는 데까지 밀어붙여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놓겠다. 비록 출연료는 없지만.
난 원래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고 일찍부터 속칭 날라리로 떠돌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청춘은 짧은 것 젊어서 안 놀면 언제 놀랴! '젊어서 놀아야 한다'는 여고 시절부터의 내 지론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봉을 하나 물었다. 괜찮은 외모에 나이도 젊고 게다가 요즘 한창 뜨는 벤처기업의 상무라고 했다. 그는 잘 나가는 사람답게 돈 씀씀이가 무척 컸다. 얼마나 많이 벌기에 저렇게 헤픈지는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야 잘 얻어먹는 게 좋으니까 신경 쓸 바 아니다. 하여튼 힘닿는 데까지 밀어붙여 양껏 베껴먹어야겠다.
난 타올로 머리를 감아올리고 휴게실에 편한 자세로 누워 그에게 핸드폰을 때렸다. 참고로 난 지금 사우나에 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신호가 가고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여? 김경석입니다."
"여보세요? 저 주연인데요..."
"주연이? 아 예!"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응! 주연이는?"
"저두요. 이따 오후에 만날래요? 우리 영화나 보러 가요."
"그럴까? 그럼 있다가 봐~"
나는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다 화장을 마무리하고 향수를 살짝 뿌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사우나에서 오랜 시간 마사지한 효과가 있었는지 그가 내 몸에서 광채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는 그의 눈가에 야릇한 미소가 흘렀다. 난 그를 보고 살짝 웃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의 정서에 맞을 것 같은 찐한 애정영화를 선택하였다. 앵두랑 체리랑 누가 더 빨간가 한껏 뽐내는 그런 영화였다. 당근 표도 그 사람이 끊었고 팝콘도 그 사람이 샀다. 불이 꺼지고 영화는 시작되고 화면 가득히 퍼지는 살색의 물결.
오전 내내 마사지로 한껏 다듬은 내 피부의 감촉을 그에게 느끼게 해 줘야겠다. 난 엷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그에게 살며시 기댔다. 그는 짐짓 태연한 체 고개를 돌려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나를 꼭 끌어안았다. 흥흥~ 그럼 그렇지! 그의 몸이 뜨거워지고 나를 안고 있는 그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난 일부러 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