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이 있다면
아침 조식을 다른 호텔 조식으로 마무리했다.
어제 저녁 식사를 못해서 굳이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남편을 말리지 못했다.
아들은 돈까스를, 나와 남편은 고사리국과 몸국을 시키고 사진을 찍었다.
뜨거운 국이라 다행히 위장에서 거부하지 않고 잘 내려갔다.
미리 기념품을 사지 못해 여객기 터미널에서 귤모양 열쇠걸이 두개와 볼펜 세 개 그리고 하르방 립밤을 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쇼핑의 여왕이 여행지에서 잔돈도 못 쓰고 그냥 오려니 뭔가 빠뜨린 것 같아 허전해서 지른 것이다.
하르방 립밤은 몇 개 더 사도 되는데 내거만 산 것 같아 쿠팡을 알아봐야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이라는 어느 작가의 책제목이 나에게 화두를 던져 주었다.
지금 있는 이 곳이 영원히 머무를 장소가 아니라면 아무리 오래 있더라도 그 곳은 여행지일 수밖에 없고 그는 나그네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 집에 도착하면 나는 지친 여행의 피로를 풀고 여행 중 얻은 추억과 소중한 물품을 가지고 여느 일상처럼 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지금 여기 없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일상을 살았을 것이다. 영원한 곳으로 돌아가기 전 지구별에서의 하루하루를 소중한 일상처럼 여기며 살아냈을 것이다. 돌아갈 본향에 대한 기대와 그리움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행여 본향에 가는 그 날만 중요한 날일까 심판을 받는 그날을 위해 나의 모든 날들을 태워야 한다고 어느 잘못된 교리는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하루하루가 소중한 일상이다)
본향에 돌아가기 전 오늘 하루는 여행 중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