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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훈 Jan 11. 2024

그림책작가가 되는 지름길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그림책작가가 되는 지름길을 알려드립니다."


  '지름길을 알려드립니다.' 광고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그림책작가가 되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까? 사람은 무엇을 하던 언제나 더 편한 방법, 쉬운 방향을 찾는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모든 개개인의 성향과 각자 걸어온 길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모두가 지름길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통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강연을 듣고 스토리를 알게 되면 '이런 방향으로 가면 되겠구나'라는 방향성이 생긴다. 이 방향성은 성공한 사람이 걸어온 길로, 이대로만 따라 하면 분명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보다는 실패의 쓴 맛을 보는 사람의 비율이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성공의 방향성이 무조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결국 또 지름길을 찾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성이 아닐까?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제가 걸어온 길을 알려드립니다."


  첫 문장에서 약간의 단어를 바꿔보았다. '내가 걸어온 길'이라는 표현은 내가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문구다. 그림책작가가 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을 뿐 나만의 가치관, 신념은 확고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타인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림책을 그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내가 가진 가치관을 믿고 그림을 그렸고, 실제로 공모전에 수상까지 하여 작가가 되었으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이야기가 따로 없을 정도다. 브런치를 통해 이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이유도 내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며 그림책에 대한 내 생각에 대해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인터넷에 '그림책작가'에 대해 검색을 하면 "작가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작가가 되려면 뭐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이 대부분이다. 나 또한 그림책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였을 때 이런 질문과 답변을 찾아봤었다. 대부분의 답변은 "그림책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으세요.", "공모전이나 출판사에 투고하세요."처럼 어찌 보면 당연한 말들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름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방법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1. 그림책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정리하기


  그럼 내가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쳤을까? 그 첫 번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었다. 공모전이나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거나 자비출판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그림책작가가 될 수 있냐였다.


(작가의 꿈을 가진 후 처음으로 한 것은 로드맵 작성이었다.)

 

  제일 먼저 손에 잘 잡히는 다이어리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그림책작가(이 당시에는 정확한 표현을 알지 못하여 그림동화작가라고 적었다.)를 왜 하고 싶은지, 어떤 수익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풀어나갔다. 마치 마인드맵을 하듯,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자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내용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생각한 장기계획인 1) 그림책에 대한 이해, 2) 작업을 실천하기라는 틀이 갖춰졌다.


  나는 마음만 작가의 꿈을 가졌을 뿐이지 실제로는 지식도, 요새 출간되는 그림책이 어떤 스타일인지는 전혀 몰랐다. 더욱이 그림책 학교라던가 전문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적 또한 없었다. 그림책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기관에서 그림책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많이들 추천하곤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정형화된, 잘 만들어진 그림책보다 <내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상상을 풀어낸 그림책>을 그리고 싶었다.


  스스로 분석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그림책작가가 되고자 할 때 가장 설렜던 점이다. 물론 그림책 작업을 할수록 내 그림실력의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른 전공자들과는 시작지점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림에 대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지금도 투시, 배경 일러스트 등에 대한 공부하고 있다. 각자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자기만의 방식에 맞는 그림책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2.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내가 선호하는, 나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고 만드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그림책이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알아야 더 자신 있게 나를 세상에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 한걸음 달려간 곳은 서점이었다. 언어치료를 하며 몇 그림책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림책의 사이즈라던가, 스토리라던가, 다양한 그림체 중 나에게 맞는 옷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아날로그 형식의 색연필 혹은 수채화 그림체를 좋아한다.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인디자인이나 요새스타일의 그림은 거리를 두게 된다. 평소 취미생활을 할 때에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일본 만화 캐릭터를 자주 찾는 편이다. 내 개인적인 성향과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그림책. 이런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림책을 찾던 중... 


  드디어 발견했다.


(구도노리코의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 출처: 알라딘)


  구도 노리코.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지만 내적 친밀감으로는 이미 베프를 먹은 일본의 유명한 그림책작가이다. 구도 노리코 작가의 여러 그림책을 보며 '아, 이거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스타일, 그리고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와 소소한 재미까지. 내가 그림책에 대해 다시 정의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에 대한 힌트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구도 노리코의 그림을 똑같이 따라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내 그림을 구축하고 만들어나가는 것. 나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준 이 작가는 아직도 내 마음속 롤모델이다. 나 또한 언젠가는 구도 노리코처럼 영감을 주는 그림책작가가 되어야겠다 다짐, 또 다짐한다.



  

  3.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실천하기'다. 지금은 그림작업을 할 때 디지털드로잉을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하였던 색연필 그림이 마음에 들어 클래스 101에서 직접 강의를 결제 후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보다는 색연필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점은 좋았다. 그러나 이걸 그림책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으로 남겨두었다.


  이때부터 디지털드로잉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실수를 하거나 잘못 그려도 다시 복구하여 그릴 수 있는 점'. 이는 나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림을 못 그리면 잘 그릴 때까지 반복하면 될 것이 아닌가. 예전에 펜 태블릿을 샀던 경험, 색연필 강의를 들은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디지털드로잉이라는 결론으로 도출되었다. 


  지갑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나를 위한 투자로 와콤 신티크 22와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였다. 어줍잖게 시작하다가 그만둘 것이 아니라, 설렘과 간절함이 뒤섞인 감정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기 충분하였다. 그림 작업 프로그램은 클립스튜디오를 사용했다. 이 또한 유료지만 프로그램을 만질수록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기 때문에 금액이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큰돈을 쓴 만큼 아까워서라도 매일 펜을 잡게 되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그 무기를 쓸 줄도 모른다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게 뻔하다. 이 시기는 힘든 직장생활을 하던 중이었지만 필압을 조절하며 그림을 그려보고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그저 즐거웠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의 즐거움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을 하는 것에 더해서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성공으로 가는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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