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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06. 2022

아이스 브레이킹의 중요성

회사에서 오늘 하루를 편하게 보내는 법

리더의 역량이자 의무인 아이스 브레이킹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대화가 있다.


오늘 날씨 좋다~          

밥 먹었어?          

집에 가서 뭐해?          


처음에 순진한 나는 정말 내가 밥을 먹었는지 궁금해서, 내가 집에 가서 뭘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 말은 그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형식적인 말들이었다. 필요 한 말만 하는 내 성격상 진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저런 것들을 왜 물어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스 브레이킹도 내 할 일


회사에 굉장히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었다. 출근하면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 어제 편의점에 가니 이런 게 새로 나왔더라 하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매일매일 주제도 다양했다. 직원들에게 질문도 많이 했다. 나는 그 사람이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은 물어봤다. 원래 성격이 그렇게 사교적이냐고. 그랬더니 예상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원래 타인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근데 직원들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그 사람에게 아이스브레이킹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다. 특히 나보다 윗사람한테는 더 그렇다. 예의를 한껏 차리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나에게 예의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사회생활이란 게 그렇다. 어릴 때는 나도 일하는 사람들과 꽤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리액션도 정말 크게 해주면서.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말이 없어졌다. 상처를 많이 받은 탓인지 아니면 일에 너무 지쳐서 그런 건지. 일하는 것도 힘든데 굳이 사교까지 챙기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배고픔 외에 다른 사람이 밥은 챙겨 먹고 다니는지 하나도 안 궁금하다. 내 휴일 외에는 다른 사람 휴일에는 관심도 없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는 더더욱 안 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노력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오늘 아침은 드셨어요?"라는 말을 건네봤고, "퇴근하고 뭐 하세요?"라는 영혼 없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 한마디로도 많은 것이 변했다. 작게 오늘의 안부를 묻는 것이 조금 긴 대화로도 이어졌고 서로 웃음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나도 기분전환이 되기도 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한 이유


나는 야행성이라 잠을 늦게 잔다. 그렇게 몇 시간 못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억지로 도살장 끌려가듯 출근한다. 이미 표정은 굳어있다. 짜증이 가득하다. 몸에는 힘이 없고 목소리도 잠겨 있다. 그 상태로 인사만 하고 아무 말 없이 일을 시작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밤에 잠을 못 잔 것 밖에 없지만 그 질문 하나에 괜히 분위기가 쎄해진다. 내가 무슨 피해를 준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내가 아이스브레이킹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다.


특히 같이 일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끼리는 더 민감하다.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때 아이스브레이킹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사실 처음 본 사람한테 뭐가 궁금하겠나. 그저 서먹서먹할 뿐이지. 그래도 쓸데없는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려고 노력한다. 이건 첫인상으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기도 하다. 말을 길게 할 필요도 없고 많이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잠깐의 웃음과 함께 툭 건네는 안부 정도의 느낌이면 충분하다.







아이스 브레이킹은 리더의 역량이자 의무


실제로 회사의 리더십 교육자료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출근 시 직원들의 기분을 살피라는 것이다. 그래서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직원에게 먼저 다가가 오늘의 기분과 상태가 어떤지 체크하고 해줄 수 있는 배려를 해주라는 거였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나는 내가 왜 남의 기분까지 체크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라고 교육하고 시키니까 했다. 그런데 습관이 무섭다고 자꾸 하다 보니 없던 관심도 조금씩 생겨났다.


먼저 아이스브레이킹을 해주는 사람은 고맙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나한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고맙듯이 비슷한 느낌이다. 나와 잘 지내보려 노력하는 것 같고 나를 배려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어색하다. 하지만 난 요즘 의식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말 한마디 하기 싫을 만큼 일이 힘들 때도 의미 없는 스몰토크를 시도한다. 평소에 무표정한 얼굴로 오해를 많이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은 나에게 안심을 했을 테니 이제부터 나는 그저 오늘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눈치를 정말 많이 본다. 주변 동료 눈치부터 상사 눈치 하다못해 후배 눈치까지. 눈치만 봐도 피곤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스브레이킹으로 그 벽을 허물고 나면 눈치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아이스브레이킹은 사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 편하자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서로 웃으며 안부를 주고받은 후 갑자기 예민하게 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처럼 시니컬한 표정과 성격 때문에 의심을 받고 있다면 아이스브레이킹을 더욱더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이 별거 아닌 것 하나로 오늘 하루가 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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