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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살고 있는 중입니다

by 감성기복이

복리가 작동할 때 시간은 힘을 가진다. 하지만 복리가 없는 시간은 새어 나간다. 어느 곳에서 글을 읽다가 이 한 문장을 발견했다. 나 역시 힘들어도 버티면 나아질 거라고, 언젠가는 운이 찾아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똑같았고 어느 면에서는 더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내가 그간의 시간을 잘못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정말 운칠기삼인 걸까. 성공한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운이라고. 노력보다도 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맞다. 살아보니 그건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노력하는 이유는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운과 미래는 알 수 없는 영역이 이니까 말이다.


나는 내가 어찔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한다. 가정환경이 그렇지 않았더라면, 돈이 많았더라면과 같은 것들 말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무리 혼자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도 족쇄를 묶어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누가 계속 달려 나가지 못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참고 견디고 노력하는 시간은 길어지는데 아무 성과도 나지 않을 때 사람인지라 지쳐갔다. 희망도 점점 사라져 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가능성도 이제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절망적이었다. 사람들은 뭐 그렇게 절망적이냐고 했지만 내 사고는 그렇게 밖에 굴러가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후회했던 것은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지금 환경에서 난 안될 거야.. 어차피 할 수 없어.. 돈부터 벌어야지.. 하며 내 꿈과 하고 싶은 것들과 청춘의 모든 가능성을 폐기했다. 그것을 가장 후회한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로 늦었다. 그래서 앞으로 주어진 날들은 덤이라는 생각이 든다. 덤에는 집착도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인생은 꽃을 키우는 것과 같다. 방울토마토도 이쁘다고 말해주면 잘 자란다. 반대로 매일 욕을 먹은 식물은 죽는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사람도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고,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 누군가 그랬다.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망했나 하다가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됐다고 말이다. 안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될 거야라고 생각해도 안 되는 것 투성이이지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국 이루고야 말 것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다. 왜냐면 근거 있는 자신감은 한없이 나약하기 때문이란다. 무턱대고 될 거라고 믿는 근자감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꾼다.


여전히 쥐뿔도 가진 건 없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덤처럼 사는 중이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덤처럼 무덤덤하게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보다 사는 게 가벼워진다.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감도 덤처럼 주어진다. 그냥 사는 거지 뭐라는 말은 더 이상 무책임한 말이 아니었다. 여전히 살아있고 앞으로도 주어진 날들을 살아있을 거라는 최소한의 시그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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