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에 떨어졌다. 150이 넘는 경쟁률이었다. 그래.. 행복주택 소득 요건을 초과할 만큼 돈을 많이 벌면 되지 하고 위안을 해본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장그래가 한 말이 떠오른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노력입니다. 전 지금까지 노력을 쓰지 않았으니 제 노력을 새 빠진 신상입니다. " 맞다. 지금 나도 할 수 있는 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밖에 없다. 돈 안 들이고 오늘도 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은 내 생각을 바꾸는 것 밖에는 없기에 말이다.
세상은 모든 일은 동전과 같다
지나간 과거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 나에게 일어난 일 중 모든 일은 좋고 나쁨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른이지만 수능 강의를 하는 이지영 선생님을 참 좋아한다. 그분이 말했다. 끊임없이 나를 믿어야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지금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더 잘되기 위한 반전의 계기일 수 있다고 말이다. 어릴 때의 나는 끝없이 위를 쳐다봤다. 사실 행복주택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내가 벌어서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집에 살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끝없이 아래를 쳐다보고 있다. 이러다 나이가 들어 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살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적도 있다. 과연 여기서 고꾸라지는 게 맞는 걸까. 그러기엔 정상적인 기대수명으로 볼 때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는데..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
세상은 경쟁과 불평등의 장인만큼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기회는 모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찾아 나서야 한다. 지금껏 세상의 기회들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차피 안될 거야 하며 외면하고 시도도 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널렸다고 떠들어대는데도 의심했다. 사실해보긴 했지만 잘 되지도 않았다. 물론 될 때까지 안 한 걸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안 되는 건 빨리빨리 포기하라고 배운 탓에 뭐든지 조금 해보고 안되면 바로 포기해 버렸다. 이건 나와 맞지 않아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와 맞지 않는 길, 쉬운 길만 보였고 장벽이 없는 것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삶은 방향이다
앞서 과거를 통해 배운 것들을 말했는데 저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아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말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이다. 나는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끝까지 내가 붙들고 해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걸로 구박을 많이 받았다.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도 그랬다. 피아노를 너무 좋아했고 학원에서도 곧잘 친다고 했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만두라고 독촉했다. 네가 지금 피아노를 배울 때냐. 공부를 해라. 피아노 학원비 나가는 것도 빠듯하다. 그래서 그만뒀다. 다른 것들도 그랬다. 내가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다 부정적이었기에 시작조차 해보지 못했다. 돈 안 들이고도 공부할 수 있는데 학원은 필요가 없다. 집에 부담을 주고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은 나쁜 것이다. 그냥 적당히 살아라. 대학 안 나와도 벌어먹고 살 수 있다. 지나고 보니 부정적인 사람들 사이에 나 혼자될 수 있다고 말한 무한의 긍정인이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그렇게 내 의견과 대립되는 토론에 지쳐 기권을 선포했다.
원치 않는 길을 택하는 인생을 살아서 모든 게 망가졌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온전히 내 탓만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 탓을 할 수도 없고 남 탓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주어진 결과에 대한 몫은 나에게 떨어진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그러니 실패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남들이 택해준 길을 간다고 실패가 없지 않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길로 꾸준히 묵묵히 계속 걸어 나는 것만이 유일한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촉이란 게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자신의 촉만이 가장 잘 안다. 우스갯소리로 촉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렇다.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이다. 판단은 오직 자신만이 내리는 것이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처음부터 자신의 인생을 선택해야 한다.
너무나 먼 길을 잘못 왔을 때는 돌아가기 힘들다. 단추도 어디서부터 잘못 끼웠는지 알아야 풀 엄두가 나는데 그것조차 모른다면 너무 막막하다. 그때는 그 길을 다시 돌아가 다시 맞는 길을 걷는 것보다는 그 지점에서부터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떠난 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 혹자는 거기에 농담반으로 이렇게 말한다. 택시 타고 가면 되지. 그런데 그리 간단하면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산다는 건 비가역적인 방향이다. 모든 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건강도 한번 잃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기회도 운도 놓진 것들은 다시 오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인생의 모든 건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꼬인 것을 푸는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그저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새로운 선택들로 인해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삶에 역행은 없다. 그러니 매순간 잘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