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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by 감성기복이

음악을 정말 자주 듣는 편인데 올해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바빠 음악을 끊고 산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지치고 힘든 날이면 여전히 음악이 생각나는 편이다. 내 힘든 날을 버티게 해 준 9할은 아니 9.9할쯤은 될만한 것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아마 음악으로라도 위로를 받지 못했다면 나는 이미 이곳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니까. 그만큼 나에게 음악은 특별하다.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아니지만 내 지난날은 음악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너무나 다행히도 나는 음악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 뒤늦게 박보검의 칸타빌레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이미 프로그램이 종영한 후에 알아버린 거다. 참 웃기게도 나는 이렇게 매번 뒷북을 치는 스타일이다. 요즘 음악을 다시 야금야금 듣고 있다. 생각이 많을 때면 장거리 노선을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정처 없이 가는 것이 나의 유일한 힐링 창구이다. 얼마 전에도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들려준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 제목은 <우리 잠깐 쉬어 갈래요>. 박보검이 칸타빌레 오프닝으로 부른 곡 같았다.


그댄 이미 너무나 잘 살아왔다고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있다고
그러니 한숨 정돈 돌려도 된다고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내가 듣고 싶은 말,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리고 내가 힘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영상의 첫 장면에 이런 문구가 나왔다. "뮤지션들의 음표가 모여 세상의 쉼표가 되는 시간" 이 문구를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밤시간 라디오 DJ다. 음악과 관련된 따뜻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떠오른 게 라디오였다. 라디오는 어딘가 모르게 따뜻함이 있다. 언젠가부터 영상의 시대로 가면서 라디오의 세상이 그전보다는 좁혀진 것 같다. 내가 라디오 DJ를 한다면 해보고 싶었던 것은 사연을 읽고 위로를 해주고 좋은 음악을 선곡해서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 일이 그토록 의미 있어 보였다. 그 못 이룬 꿈을 이곳에서나 이루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실시간으로 소통이 되지도 않고 사연을 받을 수도 없고 온전히 혼자 꾸려가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 위로가 된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정말 많이.


나는 사주에 천의성이 있어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런 일이 좋은지 모르겠다. 천의성을 지닌 사주는 남을 살려야 나도 살게 된다고 한다. 사주를 모두 믿지는 않지만 정말 이런 운명이 나에게 있다면 나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사람이 살아서 이름을 남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유명해지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 또한 너무나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남기고 싶은 위로는 저 노래 하나에 다 들어가 있다. 글로 긴 논리를 펼치는 것보다 때로는 단 몇 줄의 가사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그 사람의 하루를 살릴 때가 있다. 나와 아주 가까운 가족도 친구에게도 듣지 못하는 말. 너무 잘 살아왔고, 잘 살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그러니 쉬어가도 된다고. 정말 정말 잘해왔다고. 그래서 지친 거라고. 그리고 이 말이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닿았으면 좋겠다.


https://youtu.be/1 rJ4 WbIqNY8? si=w2 C5 Skj3 BiuIGB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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