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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May 09. 2024

공동체가 살아있는 작은학교! 강원인구초 서배성선생님

티처뷰 / 서배성_강원새넷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강원새로운학교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대표을 맡고 있는 양양 인구초등학교 교사 서배성입니다. 인구초등학교는 현재 4학급입니다. 3학년과 4학년은 복식학급이고, 1학년은 없습니다. 전교생은 22명입니다.

  교직은 2002년 경기도에서 시작하였어요. 2009년에 강원도에 교환근무를 오게 되었어요. 공동육아를 같이 했던 학부모님들과 함께 작은학교 살리기에 힘을 모았고, 2010년부터 작은학교교육연대활동을 시작하면서 학교 살리기를 본격적으로 하게되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2011년에는 아예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도간내신을 써서 전교생이 18명인 운양초등학교로 정식으로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학교혁신과 마을교육공동체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릉에서 마을학교를 창립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구요.


작은 학교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교육부에서 100명을 기준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보통 강원도에서는 학생수 60명 미만인 학교를 작은학교라고 합니다. 전체 학교의 50% 정도가 작은학교예요.


작은학교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교육력이 우수하다고 봅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교수학습 측면과 학생 스스로 갈등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요. 지금 현재 학급은 4명인데 창의적으로 수업하기가 쉬운 편이예요. 10명 이하의 학생들이 있다면 그룹을 나누지 않아도 협의가 잘되요. 프로젝트 수업도 잘 되고 과외처럼 학생 한 명 한 명을 지도하기도 쉬워요. 그래서 학력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아요. 작은학교의 경우 ‘이주배경 학생’이 많아요.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경우라도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충분히 극복 가능해요. 도심지의 큰 학교에는 방치되는 아이들이 있을수 있지만 작은학교의 경우 오히려 3R 미도달자는 적을꺼라고 생각되요.

  그리고 작은학교는 1학년과 6학년까지 6년 동안 같은 반 학생들이니까 갈등이 생기면 반드시 아이들끼리 해결해야 해요. 갈등이 생긴다고 ‘00랑 안놀아’가 안되요. 그래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훈련이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1인당 예산도 넉넉한 편이예요. 그래서 방과후 학교 등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많아요.


기초학력 측면, 갈등관리 측면에서 작은학교의 학생들이 더 유리하다고 하셨는데, 작은학교이기에 어려운 점도 있을꺼 같습니다. 

  아이들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기에 제대로된 토론수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무학년제로 수업도 기획하고 있지만 교사가 무학년제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으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학급의 10명 정도가 된다면 토론수업은 괜찮아요.


보통 작은학교는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대적으로 많을꺼라고 예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업무간소화 팁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업무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예요. 저희학교의 경우는 교무행정사와 함께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님의 업무 전담팀이 잘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업무정상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학교의 행정업무 경감에 대해 교육청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청 과별 단위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쪼개지 않고 학교에 맞게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총액 예산으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청 중심 사업이 아니라 단위학교의 상황에 맞는 특색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산이 집행되어야 해요.

  작은학교에서는 내부결재가 엄청 많아요. 단위학교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내부결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학교 안전계획 등 교육계획서에 넣어야 할 것에 대해 예시안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강원도의 경우는 업무 정상화 매뉴얼이 있었어요. 강원도교육청에서 행정실과 교무실 간의 업무 분장을 정리했었어요. 덕분에 학교는 업무 갈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현재도 교무실과 행정실 업무 정상화 부분은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긴해요. 하지만 처음에 비해 후퇴된 부분도 있어서 아쉬워요.           


선생님은 그동안 운양초, 운산초 등에서 작은학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시고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리셨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특색교육 중심이 아니라 학교자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만들어갔어요. 학부모님들과 매월 저녁에 반모임을 해요. 그리고 교사 전문적학습공동체, 다모임 등을 활성화시켰구요.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를 통해 수업소외를 고민했고 교과서 진도보다는  프로젝트 수업 중심으로 수업 혁신을 했어요. 수업과 학교자치 등과 관련하여 입소문이 나면서 전학도 많이 오고 신입생 추첨도 하고 그랬어요. 주로 학교민주주의가 주요했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을 많이 지지해주신 것도 컸어요.


작은학교 살리는 정책 방향과 선생님의 고민이 과거와 달라졌나요?

  강릉과 양양의 경우 지역의 특성이 달라요. 강릉의 작은학교는 도심 주변에 있어요. 그래서 도심에서 유입되는 학생들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지금 근무하는 양양 지역은 태어나는 아이들이 일년에 70명밖에 안되요. 하지만 초등학교 수는 10개가 넘어요. 이런 구조는 학교간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예요. 이런 지역은 학교를 유지하는 정책이 아니라 교육력을 유지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점이 되는 학교에 집중투자해서 교육력을 유지해야 해요.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를 생각하면 통폐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력은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작은학교에서는 특수교육지도사, 조리사 등 학교에 필요한 각종 직군의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요. 특수학급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작은학교이기에 배치에서 밀리고, 스포츠강사나 보건교사 배치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강원도의 학교들은 오케스트라, 골프 등 특색교육에 투자를 하여 학생 수 유입을 증가시키려고 하지만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골프나 오케스트라 같은 활동은 강사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교사의 창의성을 가지고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색교육이 반짝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학교의 교육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학교도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6년에 마을학교라는 날다학교를 만들었어요.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갈 나아가 되었는데 초등학교의 프로젝트 수업, 작은학교에서 하던 교육활동이 지속적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게되었어요. 날다학교를 통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날다학교에서는 해마다 민주시민포럼을 열어 그 해에 이슈가 되는 인물들을 초대해요. 예를 들어 김영란 법이 이슈가 되는 해에는 김영란 대법관, 한일관계 이슈가 있을때는 김복동 영화를 찍은 송원근감독님, 독도전문가 호사카 유지교수님,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인 故김용균씨 어머니를 모신적도 있어요. 이외에도 요리와 댄스, 요트 등 프로젝트 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일년에 100여명이 되는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은 직접 운영하지는 않고 이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최소한의 규범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교사가 자유롭게 춤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였어요. 

  저는 운양초에 선생님들이 처음 오시면 이오덕 선생님의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을 드렸어요. 그리고 운양초 교사들이 지켜야할 한가지 규범은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이것은 정말 강력한 규범입니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하다보면 아이들에게 화가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 이 규범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었다. 교사 스스로 이런 혼란스러움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고, 저는 그 외에는 교사들이 창의적인 것을 시도할 때는 무조건 지지하였어요. 이런 것들이 바로 공동체성을 만들어가게 되었구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보통 공동체는 책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내가 여기서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책임을 져야 할까봐 두려운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공동체는 누군가의 실수를 이해해주고 여럿이서 개인의 문제 또는 잘못을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존재하는 것이 공동체이죠.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책무성에 의존하면 모든 일이 방어적이고 보신주의가 커집니다. 서로를 지지해주고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2024 봄호 목차

1. 시론
2. 특집
3. 티처뷰
4.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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