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은 그 다음에 오잖아.
"어차피 내려올 것을 뭐하러 힘들게 오르는거에요?"
주말,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친한 동생에게 등산을 제안했다가 되려 질문을 받았다.
맞다. 어차피 내려올거다. 하지만 내리막길은 오르막 뒤에 온다. 내리막길이 '내리막' 인 것은 '오르막'이 먼저 있었기 때문이다. 등산길은 인생길이다.
오르는 길은 편하지 않다. 숨이 차고 땀이 온몸에서 흐른다. 허벅지는 찌릿거리고, 엉덩이에서 골발은 잡아주는 고관절은 뒤틀린다. 둔근과 종아리 근육이 조화를 맞춰 수축과 이완을 반복 할 때마다 그에 질세라 심장 박동은 더 빨라진다. 숨이 가슴턱까지 차오르면 머리에 돌을 얹은 듯 시선도 바닥을 향한다. 설상가상 계단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길을 만나면 영락없는 네 발 짐승이다. 내 몸이 불편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평소의 모습을 버리게 되고 새로움을 만나게 된다. 힘듬은 새로움을 잉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