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남긴, 새 생명에 대한 갈망

암이 지나간 자리, 아이를 꿈꾸다

by 유담

남편과 나는 아이를 원하는 시기가 매번 엇갈렸다.

잉꼬부부라 소문난, 매번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우리의 일이라기엔 사뭇 신기한 부분.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아이를 원했을 땐, 결혼으로 지역을 옮긴 내가 직장에 자리잡기에 꽤 바쁜 시기였고, 내가 안정을 찾았을 때 남편의 회사에 업무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렇게 서로가 안정을 찾아갈 즈음에, 내가 암에 걸렸다.

나쁜 암은 아니라 괜찮다는 주변의 이야기는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갑상선을 반만 잘라내도 됐다는 것, 그리고 수술 중 전이된 부분까지 발견하여 크게 잘 제거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 경험은 '내 아기'라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내가 아이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작정 죽음을 생각했을 땐 '남편이 내가 없이 괜찮을까, 옆에 누군가를 남겨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그쳤지만, 서서히 시간이 가며 나를 닮은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그 존재가 가져오는 삶의 변화가 조금씩 기대되었다.


그렇게 내 건강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우린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웬걸, 나와 남편의 나이는 어느덧 40을 향해가고 있었고, 임신은 마음먹은 대로 호락호락하게 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랴부랴 주변의 난임 병원 다닌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더 늦기 전에 난임 병원에 다니기로 한 지 3개월 차가 되었다. 난임병원만 다니면 뿅 하고 아기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것 또한 오산이었다.


보통의 친구들은 어느새 아이가 둘, 카톡방의 이야기는 대부분 아이들에 관한 것인데, 최근 한 친구가 아이를 위한 교육을 들으러 갔다가 본인이 느끼게 된 바가 많다고, 많이 배우고 있다는 이야길 했다.

난임 병원에 다니는 중이어서 그런지 유독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는데, 아이가 생기는 것이 부모에게도 또 다른 삶의 배움이 된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부모도 더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암이라는 병을 지나며 조금 더 넓은 나의 세계로 향하는 중인 것이다.

난임병원데 다닌지고작 3개월 차인데도 벌써 걱정이 앞서는 여정이지만, 이 또한 내가 자라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