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연차, 왕복 4시간 난임병원 방문. 과연 가능할까?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후임자에게 내 업무를 인계해줘야 한다.
주어진 시간 단 3일, 그 사이 난임 병원이 정해준 방문일자가 끼였다.
아침 6시 반에 알람을 해뒀지만, 불안함에 6시부터 눈이 떠졌다.
7시 기차를 타면 8시 50분쯤 내리니.. 9시 병원 오픈런인 셈이다.
맛집도 아닌 난임병원 오픈런이라니, 어이없음에 웃음이 난다.
기차에선 미리 확인해 둔 돌아가는 길의 기차와 버스 시간을 확인하며 1안과 2안, 3안까지 준비한 뒤 눈을 붙인다.
병원까지 최단시간 루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본 뒤 기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가며 지도로 익힌 길을 생각한다.
벌써 앞에 대기가 있는 것을 보지만 그다음이 나 인 것 같다. ‘좋아, 이 정도면 순조로워 ‘
다행히 내 자궁 속 용종은 암덩어리가 아닌 보편적인 용종이었다는 이야길 듣고, 한 달간 다섯 번의 방문예정일정을 듣는다. 다가오는 배란을 늦추는 주사를 맞고 이제 병원을 다시 나서면 된다.
습관처럼 시계를 보며, 머릿속으로 병원 1층 편의점엘 들러 요깃거리가 될만한 것을 사서 운 좋게도 1 안인 기차를 탈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입자가 굵어 아프다는 주사를 끄윽-소리를 내며 맞곤, 엉덩이를 문지를 새도 없이 1층 편의점을 향해 어기적 걷는다. 삼각김밥과 1+1 두유를 두 개 들고 계산대에 섰는데 아뿔싸 2+1이란다. 하나 더 가져오며 보니 제품명을 잘못 붙여놓으셨다.
예상보다 더 비싼 두유를 세 개나 가지게 됐지만 다른 것과 비교할 시간이 없다.
다행히 기차에 알맞게 올라타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허한 속에 삼각김밥이 들어가니 비로소 몸이 풀리며 잠시간의 행복감이 든다.
그 순간, 예정시간에 출발하지 않는 기차에서, 사정이 생겨 17분이 출발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12시 37분에 내려 택시를 타고 1시까지 회사에 갈 생각이던 내 계획이 틀어진다. 무력감과 허탈함, 원망이 동시에 든다.
몸이 좋지 않을 테니 하루 쉬는 게 어떻겠냐는 사수와, 새로 온 사람에게 인수인계 해줄 사람이 어딜 가냐,
왜 가냐 꼬치꼬치 묻던 기존 부서 상사의 눈빛이 떠오른다.
정 안되면 미리 연락해서 30분만 연차를 써야지, 내 머릿속엔 집에서 쉬는 선택지가 진작부터 없었다.
결국 1시가 되기 10분 정도 전에 기차에서 내렸다. 역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부터 택시를 불렀다. ‘결제하는 시간이라도 아껴야 한다’ 생각하며 달린다. 차로는 빨리 가도 최소 10분은 넘게 걸렸던 거리다. 연차를 써달라고 전화할 준비를 하며
택시 기사님께 죄송하지만 조금 빨리 가 달라고 부탁했다.
내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이거 총알택시다. 7분 만에 회사 옆구리에 급히 내려달라고 한 뒤 풀숲으로 되어있는 회사 울타리를 거미줄을 헤치며 뛰어 들어간다. 1시 정각, 출근태그를 찍었다.
세이프!!!!!!!!
아, 그 순간의 쾌감이란.
이제 미친 듯이 인수인계에 집중하면 된다. 뻐근해져 오는 아랫배와 아까부터 욱신거리는 엉덩이는 잠시 생각 저 편에 밀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