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어느 하나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해, 둘 다 하려다간 둘 다 어중간하게 될 수 있잖아’
조언이랍시고 두 가지에 다 마음 쓰는 맘 여린 남편에게 내가 자주 던졌던 말이다.
물론, 그 상황에서는 다행히도 저 말이 제법 도움이 되었던 일도 있었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나니 쉽지가 않다.
난임병원과 직장
동시에 두면 참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사이에서
무던히도 흔들리는 요즘이다.
부서 업무가 바빠지는 연말, 그마저도 새로 배우는 업무인 탓에
회사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해 진이 빠져 집에 오기 일쑤이고,
내가 난임병원에 다니는 것을 아는 지인은 무리하지 말라며 가슴 따스운 말을 해주는데
만지다 만 진흙덩어리가 된 내 몸과 마음을 억지로 앉혀 세워
저녁밥을 욱여넣고 있노라면
태엽이 하나쯤 빠져 고장 난 장난감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눈 감고 바닷소리를 들으며, 자갈거리는 마음을 흘려보냈던 적도 있었건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차가운 베란다 바닥에 앉아, 발코니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요즘 나의 힐링타임이다
잔잔할 새 없이, 수없이 던져지는 돌들에 무수히 많은 파동이 요동치는 마음을
미래에 맡겨보는 시간.
빛이 빠져가던 하늘이 주황색에서 물 빠진 먹빛이 되는 것을 보며
연말을 이겨냈던 지나간 올봄을 생각하며, 마침내는 잔잔해질 내년이,
내 앞에 언젠가 기어 다닐 아이가,
하늘에 덧씌워지며
내일을 향하는 힘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