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소처럼 일한 지 11년 차, 나를 쉬게 한 것은
두둑한 통장도, 로또도 아닌 암이었다.
그나마 계약만료일까지 회사를 다녀서, 실업급여를 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내가 암에 걸린 것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소파를 사는 일이었다.
언젠가 넉넉히 3인용 소파를 놓을 수 있는 집이 생기면 사고자
신혼 때부터 써오던 애매한 2인용 천 소파를 지인에게 나눠주고,
10평 남짓한 집 거실에 놓기엔 지나치게 큰 200만 원짜리 리클라이너 3인 소파를 들였다.
그리곤 드문 드문 하게 있는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가면 도착하는 시에서 하는 유화교실과
오전반이라 이벤트가로 끊은 필라테스,
이 또한 시에서 진행해서 돈이 들지않는, 어느 출판사대표님의 글쓰기 교육을 배우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시간이 나면 해야지, 형편이 되면 사야지 했던,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소소하고 별 것 없는 것들이었다.
그마저도 소파를 사느라 큰돈을 써서 제대로 된 미술학원도 아닌, 무료에 가까운 교육들을 찾아들었지만
자유를 얻은 램프 속 지니마냥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1년을 보냈다.
통장에 몇 억이 없어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지내도 되는구나,
나는 이 정도의 일로도 이만큼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구나.
미래에 기대어 너무 많은 것을 아끼고 살았구나.
1년 간의 휴식을 가지고 나는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쉬이 결정할 수 없었던 것에 도전은 하게 되었다.
아직 만나지도 못한 아이의 행복과, 잦을 상처와, 재정적 불안함과 이런 많은 걱정들을 뒤로하고,
나는 아이를 가져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