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공원과 함께하는 일본 불교의 역사와 문화
■ 나라공원과 함께 있는 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은 나라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나라공원은 연간 1300만여 명이 방문하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로 토다이지東大寺, 코후쿠지興福寺, 신야쿠시지新藥師寺, 카스가 타이샤春日大社 등 옛 사찰과 신사로 둘러싸여 있다.
나라공원 방문객을 처음 맞이하는 건 사슴이다. 사슴공원이라고 불릴 만큼 나라공원에서는 어디서나 친근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슴이 가득하며, 방문객은 전병으로 사슴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슴은 사원과 신사를 비롯해 박물관 주변에도 가득하다.
나라공원은 사슴뿐 아니라 여러 문화유산으로 주목할 만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도다이지 대불전 청동불이다. 이 불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불로 무게를 약 300톤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지금까지 일본에 가지고 있던 ‘작고 섬세한’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일본을 맞이하게 된다.
인근 고후쿠지에 있는 50m 높이의 탑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오층탑이며, 신야쿠시지에는 통나무 하나로 조각한 약사여래좌상으로 유명하다. 카스가 타이샤는 일본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장소 중 하나로 독실한 신자와 독특한 신앙을 경험하고자 하는 방문객이 찾는다. 일본의 신사는 1~2명의 신령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카스가 타이샤는 사가현 가시마, 지바현 가토리, 오사카 히라오카 지역 신령을 포함해 모두 4명의 신령을 모시고 있다. 이처럼 나라국립박물관은 나라공원 속에서 여러 문화유산을 비롯해 관광지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 일본 불교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나라현은 고대 일본 역사의 중요한 지역으로 아스카, 후지와라쿄(694~710), 헤이조쿄(710~784)라는 이름으로 고대 수도가 나라 지역에 세워졌다. 특히 백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백제의 멸망과정에 많은 유민을 수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교를 비롯한 선진 문화가 나라에 유입됐고 황실 보호 속에 번창하게 됐다.
나라국립박물관은 이러한 나라현 역사 속에서 특히 일본 불교에 초점을 맞춘 박물관으로 1895년 제국나라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박물관은 일본 사찰에서 전승되어 온 수많은 ‘명품과 중요 보물’을 박물관에 보관하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설립 이후 일본 각지 사찰에서 불교 유물을 수집하고 기증받았으며 이를 중심으로 특별전을 개최했다. 대표적으로는 1928년의 ‘텐표 문화 기념품 특별전’, 1933년의 ‘운케이運慶를 중심으로 한 카마쿠라 조각전’, 1936년의 ‘에마키·불교 회화 특별전’, 1940년의 ‘헤이케 납경전’ 등 주목할 만한 전시가 개최됐다. 이후 현대까지 지속해서 일본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을 개최했다.
토다이사에 있는 왕실 유물 창고 쇼소인을 모티브로 삼아 1972년 신관 서신관과 1997년 동신관, 지하회랑을 준공하며 박물관을 확장했고 전시 내용도 확대됐다. 전시 주제는 불교 미술 연구에 기초를 둔 것으로, 석가·대승불교·정토교·밀교·선종·수적 등 신앙 배경에 주체를 두고 그 성격에 따라 분류 전시했으며, 한국과 중국에서 제작된 불상을 전시하는 전시실도 있다. 서신관에서는 주로 회화, 서적, 공예품, 고고 유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전시 일부를 교체하고 있다. 동신관에서는 봄에는 춘기 특별전을 개최하며, 가을에는 쇼소인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일본인이 매우 관심을 갖는 전시로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뤄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라의 여러 사찰과 신사도 이 전시시기를 맞춰 특별공개를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