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과 박물관의 조화,박물관을 품은 익산 미륵사지
■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목탑의 구조를 석재로 구현한 미륵사지 석탑은 1층 탑신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내부 십자가 형태 통로 한가운데는 심주석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 조금씩 들어 올려 수리하던 중 사리공이 발견됐다. 상자 형태의 사리공 바닥에는 초록빛 유리타일이 깔려있었고 그 위로는 오색의 유리 구슬과 직물, 장신구 등 다양한 공양품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가운데 위치한 금동병을 열자 다시 금으로 만든 작은 병이 들어있었고, 그 안에 사리가 안치돼 있었다. 사리는 원래 더 작은 유리병 안에 들어있었으나 지금은 파손됐다.
사리공 가장 위에는 9자 11행의 명문이 앞뒤로 적힌 금판이 놓여있어 사리를 봉안한 인물과 날짜를 알 수 있었다. 639년 백제의 고위 관등 중 하나인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었던 무왕의 왕비는 익산에 새로 터를 잡고 백제 중흥을 꿈꾸는 남편을 위해 미륵사지 석탑 안에 사리를 모시고, 그 경위를 기록한 사리봉영기를 함께 안치했다. 왕비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사리인 만큼,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모여 만들 사리호에 담겨, 각종 유리와 공양품과 함께 귀하게 안치됐다.
미륵사지 석탑 속에서 나온 사리장엄은 지금껏 우리가 몰랐던 백제인을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시켜, 연구자들에게 미륵사의 창건과 선화공주 이야기의 해석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 또한 정교한 세공이 돋보이는 사리장엄은 백제의 첨단기술을 세상에 드러내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1370년간 탑 속에 잠들어 있던 한 뼘 남짓한 사리장엄은 우리를 또 하나의 백제와 마주하게 했다.
2018년 보물 제1991호로 지정된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2020년 1월 국립익산박물관의 첫 특별전 ‘사리장엄, 탑 속 또 하나의 세계’로 선보였고, 특별전 이후 제2전시실에서는 사리장엄구의 출토 당시의 모습을 복제품을 통해 재현해 놓았으며, 출토유물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 보물전’에 전시되고 있다.
■ 국립익산박물관의 현재와 미래
국립익산박물관은 고도 익산을 대표하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기관으로 ‘미륵사지와 사리장엄구’, ‘고대 불교사원’ 그리고 ‘익산의 백제문화’를 브랜드 삼고 있다. 익산문화권 자료의 수집과 보존, 조사와 연구, 전시와 교육 등을 바탕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아직 개관 초기이기 때문에 어린이박물관이나 교육시설 등은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점차 시설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주로 유적지 공간을 활용한 문화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박물관 주변으로는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유산과 백제왕도 핵심 유적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탐방 거점센터가 조성되며, 백제유적종합안내관과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관, 전망대, 교육장, 주민참여 공간, 가상체험관과 함께 방문객 편익 증진을 위해 유적 간 연계 환승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처럼 박물관과 유적지가 관광의 중심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박물관 건축에서도 나타나듯이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