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근수근문화일기
일시 :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경기도 평택시 트리비움
트리비움을 방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 트리비움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진위면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러다 진위면 인근을 지나던 중, 여유 시간이 생겨 트리비움을 찾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트리비움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헛걸음이 되었지만, ‘다음엔 예약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발길을 돌렸다. 이후 트리비움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알아보며, 이 공간의 매력을 문화원 기관지인 소사벌에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담당자와 논의해 트리비움 기사가 게재되었고, 한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트리비움은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문화재단 팀장님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시 트리비움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님은 트리비움 대표님과 자주 교류하며 공간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나에게도 꼭 방문하라며 그 자리에서 직접 예약을 잡아주셨다. 이렇게 뜻밖의 인연으로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토요일, 드디어 트리비움을 찾았다. 오후 세 시에 맞춰 도착하자, 대표님께서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내 이름을 듣고는 재단 팀장님의 소개로 왔음을 알아채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고, 옆에 놓인 소사벌 최신호를 보며 감사의 말도 전하셨다.
공연이 곧 시작될 것 같아 자리에 앉았다. 관람객은 약 20명 남짓, 공연은 현악 삼중주였다. 클래식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지만, 꼭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트리비움이라는 멋진 공간, 맑은 가을 날씨,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공연자 뒤로 펼쳐진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이미 충분히 완벽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공연을 감상하다가 눈을 감고 다양한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오랜만에 일과는 무관한 온전한 휴식을 누렸다.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공연이 끝났다.
공연 후에는 자유롭게 공간을 탐방할 수 있었지만, 대표님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겠다는 팀장님의 조언이 떠올랐다. 그러나 바쁘게 움직이는 대표님께 말을 걸기는 쉽지 않아, 조용히 혼자서 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트리비움은 공연뿐 아니라 전시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돋보였다. 그 깔끔함은 생활감이 배제된 듯한 느낌마저 주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느낀 트리비움의 매력은 단순함 속에 깃든 깊은 여유와 자연과의 조화였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중시하는 ‘차경(借景)’, 즉 풍경을 빌려오는 개념이 구현된 공간이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창밖으로 펼쳐지며, 그 자체로 공간의 가장 훌륭한 장식이 되고 있었다. 트리비움은 이미 공간 자체가 가진 힘 덕분에 어떤 행사가 열리든 고급스럽고 정갈한 분위기를 자연스레 연출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프라이빗하기까지 하니 방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트리비움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여유와 사색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현대인의 삶이 빠르게 흘러가며 때때로 이런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트리비움은 그러한 속도감을 잠시 멈추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음악과 예술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또 누군가는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온을 찾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얻은 감각적 경험이 하루를 넘어 삶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트리비움은 그런 힘을 가진 공간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방문해 또 다른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
트리비움에 대해서 더알기
<소사벌> 제42호 복합문화공간 트리비움 https://blog.naver.com/ptmhw/223661617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