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사연있는 부모의 상처깊은 아이

by 진솔soul

만 나이 3세, 한국 나이 다섯살 민수는 처음 할머니 손을 잡고 유치원에 왔다.

처음 만난 민수는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선생님을 경계하는 듯, 눈동자를 한 곳에 두지 못했고, 그 마저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 민수의 경계를 풀어주고자,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안녕하세요! 반가워."

민수는 나의 손을 잡는 것처럼 손을 내밀더니 갑작스럽게 나의 손등을 내리쳤다.

찰싹!

민수의 눈동자처럼 나의 눈동자도 함께 흔들렸다.

" 아이고, 선생님. 죄송합니다. 민수야, 너 선생님한테 무슨 짓이야? "

할머니는 연신 죄송하다며 민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선생님, 우리 민수, 참 가여운 아이예요. 엄마에게 버림받았어요.

내가 민수 엄마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잠을 벌떡 깰 정도로 기가 막혀요.

민수 엄마는 애딸린 이혼녀였는데 글쎄 민수아빠를 속여서 결혼한 거였어요.

우리 애는 총각이었는데... 내가 진짜 우리 아들을 속여 결혼한것도 겨우 참았는데

민수 낳고 민수가 돌도 안돼 바람나서 집을 나갔지 뭐예요.

진짜 내가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서...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찾아와 민수를 직접 키우겠다고해서 데려갔는데

두 달만에 못 키우겠다고 다시 데리고 온거예요. 애를 두 번 버린거죠.

그 때부터 고집도 더 세지고, 말도 안듣고, 그냥 내가 너무 힘들어서

저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냥 말안들으면 때려도 내 말 안할테니 때리던지 알아서 하세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느꼈을 슬픔, 분노, 불안감이 얼마나 깊었을까?

아이의 눈동자만이 갈 곳을 못 찾은 것이 아니라

아이는 자신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가 무슨 죄라고....


자해하는 다섯 살에게

맞는 선생님


민수를 사랑으로 품어줘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사람에 대한 애착과 신뢰가 없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민수는 생각보다 분노가 강했고, 교실의 교구장을 넘어뜨릴 정도로 힘이 쎄고, 감정조절이 안됐다.

그리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를 정도로 영리했다.


어느 날, 놀이시간이 끝나 장난감을 정리하자고 하자 그게 싫었는지 민수가 장난감을 나에게 던졌다.

그래도 민수는 기분이 안풀렸는지 일어나 교실의 교구장들을 앞으로 잡아당겨 넘어뜨리기 시작했다.

고작 다섯살짜리가 화가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괴력을 발휘했다.

나는 민수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얼른 민수의 양 손목을 힘껏 잡았다.

손목이 잡힌 민수는 거세게 발버둥치며 나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그리곤 큰 소리로 외쳤다.


"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앗....

아이들 성폭력, 아동학대 예방교육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배운 데로 잘 실천(?)하는 것을 칭찬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

이러다 내가 아동학대를 한다고 오해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잡고 있던 손목을 놓았다.

그 순간 민수가 재빠르게 나의 머리채를 잡았다.

"악"

민수는 두 손으로 내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 민수, 얼른 놔! 빨리 놓지 못해!"

나는 키가 작은 아이에게 머리채가 잡혀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끌려갔다.

겨우 아이의 손에서 내 머리를 떼어내자, 민수의 손에는 내 머리 한 웅큼이 빠져있었다.

민수는 손바닥의 머리를 보며 놀란 듯 보더니, 바닥에 후~하고 입김을 불어 날려버렸다.


민수의 돌발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배운 것일까? 민수는 자해를 했다.

자신의 손등을 깨물고, 자신의 머리를 뽑고, 자신을 할퀴고 때렸다. 그리고 나를 때렸다.

나는 팔, 다리, 손이며 할퀸 상처, 멍든 상처가 없는 날이 없었다.

화가 가라 앉은 민수는 그런 내 상처를 보며 미안한지 와서 입으로 호~하고 불어주곤 했다.

" 아팠어요? 안 그럴께요."


병주고 약주는 것 같지만, 난 자신이 낸 상처를 호~하고 불어주는 민수의 마음이

진짜 민수의 마음일거라고 믿었다.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안아주기, 한 가지라도 칭찬해주기였다.


결국 답은 한 가지다.


민수는 나를 시험했던 것이었을까?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점차 폭군같은 민수의 행동이 줄어들었다.

다행스럽게 그와 함께 내 몸의 상처도, 민수의 상처도 아물고 줄어들었다.

민수는 내가 안아주는 것이 좋은 지, 점차 먼저 와서 안겼다.

방학 때는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문자를 할머니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선생님 집에가서 살고 싶다고도 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두 번 버림받은 민수의 분노는

아들을 속이고 결혼한 것도 모자라, 또 자신의 아들과 손주를 버리고 간 며느리에 대한

할머니의 분노와 미움을 보고 학습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주는 할머니가 미워하는 사람을 함께

미워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할머니에게 민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결국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할머니가 지켜야 할 민수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고...

할머니는 울면서 알겠노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결국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 용서, 이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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