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같은 아이는 어떻게 순한 양이 됬을까? 2

아이들 누구나 모범생이 될 수 있다.

by 진솔soul

성재의 놀라운 변화

아이들은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성재는 화가 나서 떠나는 엄마를 차마 잡지 못하고 공룡처럼 큰 소리로 울어댔다.

나는 그런 성재를 꼭 안아주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러 주었다.

성재의 울음이 조금씩 잦아 들었다.

" 성재야. 엄마가 화 났을까봐 걱정돼? "

나의 질문에 성재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오늘 엄마랑 집에서 같이 있고 싶었던거지? "

성재는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 아. 그랬구나. 우리 성재가 엄마랑 같이 있지도 못하고 엄마가 화낼거 같아 걱정도 되고,

에고. 엄청 속상하겠다. "

" ..."

" 성재야, 넘 걱정하지마. 선생님이 엄마에게 성재 마음을 잘 이야기 해줄께."

나의 이야기에 성재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 성재야. 그런데 유치원에도 엄마가 있다. 선생님이 유치원 엄마야.

유치원에서는 유치원 엄마랑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어. 친구들이랑도 재미있게 놀 수 있고.

어때? 엄마랑 있는 것도 좋지만, 유치원에서 유치원 엄마,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재미있겠지? "


성재와 교실에 돌아온 나는 성재와 재미있게 보드게임도 하고, 블록도 만들면서 함께 놀이를 했다.

성재는 선생님과 놀이한 것이 재미있었는지, 아님 집에서 단단히 교육(?)을 받은 것인지 모르지만

다음 날부터는 울지 않고 유치원에 왔다.




6살때까지 집에서 엄마와 둘이 시간을 보낸 성재는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았다.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놀겠다던지, 먼저 줄을 서고 싶어서, 놀이하다가 자신의 말을 친구가 잘 들어주지 않는다던지. . . 다양한 이유로 성재는 순간적으로 포악한 공룡이 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성재의 마음을 먼저 읽어 주었다.


"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놀이하고 싶었어?

그랬구나.

그런데 유치원 장난감은 혼자 다 가지고 놀이할 수는 없어.

두 개 있으면 하나씩 나눠 갖기도 하고, 하나면 내가 놀다가 친구한테 양보도 해야해.

친구들과 함께 놀이할 때는 나도, 친구도 같이 생각해줘야해. 알았지? "


" 성재가 맨 앞에 줄을 서고 싶었어?

그랬구나. 맨 앞에 줄을 서면 어떤 점이 좋아?

일등을 하고 싶었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성재가 키가 제일 크니까 뒤에서 친구들이 선생님따라 잘 오는 지 확인해주면 좋겠어.

혹시나 선생님이 앞을 보고 걷느라 혹시 넘어지는 친구를 못볼 수도 있거든

그럼 성재가 일등으로 보고, 선생님한테 말해줄 수도 있고, 친구도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 "


성재는 나의 이야기들을 고맙게 잘 세겨들었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나 조차도 놀라울 정도였다.

줄을 설 때는 뒤에 서서 마치 보조교사 처럼 아이들을 살펴주었고,

장난감을 나눠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교실 속의 약속들을 너무나 잘 지키는 그야말로

학급의 모범생이 되었다.

어느 날 성재 어머님이 유치원에 오셔서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 선생님, 너무 감사드려요.

성재가 집에서도 너무 달라졌어요.

선생님이 이렇게 해야 한대, 이렇게 하면 안된대. 말끝마다 선생님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을 꼭 지켜야 한다면서....

뭐든지 선생님말이라고 하면 아주 바로 다 한다니까요. "

" 어머, 넘 기쁘고 감사한 일이네요."


난생 처음 촌지를 받다.

촌지보다 더한 감사의 인사


성재는 그렇게 멋지게,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일 년을 보냈다.

졸업식을 하루 앞 둔 어느 날, 성재의 어머님이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날 찾아왔다.

조용히 드릴 말씀이 무엇인지 괜시기 걱정이 됬다.

나와 마주한 어머님이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큰 절을 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어머니를 따라 함께 절을 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꼭 큰 절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 어머니..."

" 선생님, 너무 감사드려요. 선생님 덕분에 우리 성재가 정말 많이 자란거 같아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

" 어머니, 너무 감사드려요. 저도 성재 덕분에 너무 행복한 일 년을 보냈어요."

왠지 마음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났다. 어머니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가방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

" 선생님, 제가 너무 감사해서 돈 좀 넣었어요."

나는 돈이라는 말에 돈봉투를 밀어넣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산코 받지 않으시고는 선생님 위해 쓰시라면서 서둘러 일어나셨다.

" 선생님, 내일 성재랑 다시 인사드릴께요. 어여 일보세요."


어머님이 가신 뒤 열어본 봉투에는 10만원이 들어있었다.

한 달 월급 70만원 받는 시절, 10만원이라는 돈은 꽤 큰 돈이었다.

나는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사서 나누어주었다.


그것이 나의 교직생활 25년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아 본 큰 절과 촌지였다.

당시 24살이었던 나에게 큰 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성재 어머니.

생각해보면 너무 어리고, 서툴었을 나인데. 어찌 그리 큰 마음을 교사에게 줄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감사할 따름이다.


21년이 지난 지금도 난 성재를 가슴 속에 품고 산다.

성재가 보여주었던 변화, 그 기적같은 이야기를 ....

그리고 늘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모두가 기적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그 속에서 난 오늘도 기적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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