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랑 Oct 21. 2023

07. 수집가

여행지에서 발견한 소품샵을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작고 반짝이는 아이들을 모아서,

작고 귀여운 공간에 옹기종기 배치할 생각을 했을까.


파도의 청량함을 담기 위해서

투명한 책갈피에 사진을 담았다.

유리조각의 어여쁨을 지니기 위해서

앙증맞은 귀걸이로 만들었다.

형형색색 실들로 엮어낸 머리끈은

당신이 써준다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시집을 읽다가, 글을 이루고 있는 단어들이

그 반짝였던 소품들 같아서 잠시.


이 단어들을 수집하고 싶다.

예쁜 공간을 빌려서 이곳저곳 꾸며내고 싶다.

욕심껏 수집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청량한 단어는 우아한 당신에게.

반짝이는 유리조각 같은 단어는 다정한 당신에게.

달콤한 색들의 실로 엮어낸 단어는

사랑스러운 당신 것입니다.


사실 거짓말이었다.

나눠주고 싶었던 단어들은 사실

당신의 다정한 말들을 수집한 것이었다.


당신을 수집해서

당신께 뽐내며

당신께 드리고 싶은 나는

스스로 만들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저 당신을 차곡차곡 모아두는 수집가.

이전 06화 06. 여름 떠나보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