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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주책바가지

밖에 나가서 주책떨지 마라 했는데

by 어린왕자

잠시 강의가 비는 틈을 타

점심을 해결하려

김밥집에 들렀다

지난번 들러 김밥을 포장했을 때

학생들이 먹고 있던

돈가스가 맛있게 보였기에

그걸 먹으러 들렀다

김밥을 포장하려는 줄이 제법 길다

돈가스 하나를 주문해 놓고

자리를 잡으려는데

탁자에 고춧가루가 묻었길래

옆자리로 옮겼다

이윽고 덩치 큰 두 남자가 들어와

몇 안 되는 탁자지만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고춧가루 묻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툭

구슬치듯 쓸어내린다

역시 박력이야

보아하니 학생들이다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듯하다

문무왕이 어떻고

문주왕이 어떻고

뭐 했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고개를 흔들고 있기에

주제 넘게 시험 공부하냐며

한마디 건넸다

네 하는 답을 듣는 순간

문주왕은 백제 왕이고

문무왕은 삼국을 통일한 왕이고

주저리주저리

주책스러움을 무릅쓰고 입을 놀렸다

아차

밖에 나가면 입 좀 다물어라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엄마 주절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던데

공부에 혹 도움이 될까 하여 던졌는데

주책바가지가 되고 말았다고

깨닫는 순간

돈가스가 목에 걸릴 것 같았다

국물 한 사발로 진정시키고 나서

급한 척 돌아나섰다

돈가스 그릇은 이미

깨끗하게 비워졌고

아이들의 자리에는

대왕돈가스가 얹혀져 있다

그들이 내 아들이었다면

저 아줌마 안물안궁 했을텐데

부끄럽게도 주책을 떨고 말았다


얘들아 혹 아니

그 문제가 시험에 안 나오더라도

역사 공부하는데 엄청 도움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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