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ㆍ3의 역사
작가의 말을 읽다 눈물이 났다. 이 책을 이제야 앞페이지를 펼쳤는데 가슴이 아팠다. 조금 안다고 할 수도 없는데, 그래서 눈물이 났을까 모르겠다. 그때의 그 일을, 4ㆍ3 제주의 항쟁을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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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한없이 방황하는 자의 얼굴로 갈 길을 묻는다. 눈물은 생명이 되고 꽃이 되고 정신은 여기서부터 진보한다. 제주의 4월은 흐르는 넋의 계절.
그럼에도, 본다. 이 깊은 비극은 인간에게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없어야 할 것을 선언하는 것임을, 제주의 아픔이 인간들에게는 근본을 통찰하게 하고, 더 깊은 자연을 완성시키고 있음을. 왜냐면,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서 폐허를 아름답게 가꿔냈기에. ㅡㅡ작가의 말
제주는 신화와 전설의 섬이고, 빛나는 구름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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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뒤숭숭한 줄도 모르고 고사리는 무성했다. 고사리철이면 제주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들로 나갔다. 누군가에게 고사리는 봄철의 귀한 식량이지만 어떤 이에게 고사리는 트라우마다. 저놈의 고사리가 밉다고 했다. 고사리 때문에 자신이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사무치는 그 꽃길을 걸었습니까'
언 땅을 뚫고, 지옥을 뚫고서도 봄은 올라옵니다. 저절로 올라올 리 없는 것들이 기어이 올라옵니다. 4월 제주는 눈부신 경이와 매혹입니다. 검은 돌구멍 사이로 샛노랑 유채꽃이 밀물집니다. 환하게, 활짝, 한 번만, 이 꽃피는 봄날 제주를 살러 오시라고 합니다. ㅡㅡ본문
처절한 삶의 노래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이 책의 앞부분 ㅡ사무치는 꽃길을 걸었습니까 ㅡ에 모든 것이 토해졌다. 엷고 긴 탄식과 짙은 아픔이 묻어 나와 목이 멨다.
이 책은 감히 빌려보는 게 아니라 돈 주고 사서 고이고이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한꺼번에 읽을 수가 없다. 한 문장문장마다 절절함이 배어나 자꾸 되씹으며 읽게 된다. 그토록 많은 아픔이, 그토록 절절함이 베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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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부신 것도 너무 우아한 것도 죄가 되나요. 견디고 견뎌내고 올라온 봄이기에 그러하지요. 이 먹먹한 봄날도, 노랑 분홍 질펀한 봄날도 다 우리 것입니다. 역사가 된 기억이 살아 있는 한 더 빛나는 이 땅입니다. 꽃자리마다 아픈 기억의 처소가 분명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슬픈 넋들이 앉았던 자리에 봄풀이 올라옵니다. ㅡㅡ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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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시 봄날입니다. 묻혔던 진실의 봄이 왔고, 봄은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간결하고 짧은 봄의 나날에 조금 더 머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몇 센티미터쯤은 누적됐을 저 높은 담벼락에도, 닿지 못할 당신에게도.
봄길 위에 살아서 반짝이는 연두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없던 당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눈부신 꽃그늘의 봄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ㅡㅡ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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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전, 해방공간 제주섬에서 벌어진 현대사의 대참극 제주 4ㆍ3.
1947년 3월 1일이 도화선이 돼 일어난 이 비극은 1954년까지 7년 7개월 동안 섬의 공동체를 절멸시켰다. 1948년 4월에서 이듬해 겨울까지 한라산은 그 엄청난 비극을 목격했고, 숨을 죽였다. 그 시절, 산은 이리저리 쫓고 쫓기는 자들의 학살터이자 은신처였다. 섬은 핏빛으로 새벽과 어둠을 맞았다. 섬의 절경은 그 모든 비통한 언어들로 억누른 가슴이었다. ㅡㅡ본문
제주의 섬은 섬이 아니라 정신이다.
제주의 오름도 그냥 오름이 아니라 섬사람들의 항쟁의 거점이었으며, 생을 다한 사람들이 육신을 누이던 곳이었다.
4.3 평화공원 가는 길은 흐드러진 봄으로 찬란하지만, 그 겨울의 기억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가슴은 멈출 길 없는 비애다. 아직도 후유장애를 인정받지 못한, 봄날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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